"중국엔 트럼프·해리스 모두 독배…'덜 악한 쪽' 당선 기대"
"中, 해리스 당선시 외교분야 누구 발탁할지 주목"…'中인연' 월즈 역할론도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격돌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모두 중국 입장에서는 두 잔의 독배(毒杯·Two bowls of poison)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을 인용, 이같이 보도하면서 중국은 두 후보 가운데 '덜 악한' 쪽이 선출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의 자오밍하오 교수는 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해리스는 중국에는 독배 두 잔"이라며 "두 사람 모두 중국을 경쟁자 또는 심지어 적대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홍콩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옹호 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데 이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두 후보가 전당대회 연설에서 중국을 언급한 횟수는 달랐다고 FT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중국을 단 한 번 언급하며 "21세기 경쟁에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중국을 14번이나 언급했다. 중국 관련 언급은 자신이 재임 기간 중국을 저지했다고 자랑하는 내용을 포함해 암묵적인 위협 성격이 짙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국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놓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플레처스쿨의 토머스 치퉁 차오 조교수는 "사람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며 "반면 해리스의 경우, 여전히 많은 미스터리가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이후 지난달 갑자기 급부상한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외교에 대한 경험이 적다.
중국 당국은 이처럼 베일에 싸인 해리스 부통령의 외교 및 대중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민주당 전당대회에 관리들을 파견하고 그의 발언과 기록을 분석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중국 등 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관리로 누구를 발탁할지에 미·중 전문가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저장외국어대학 외교정책 전문가인 왕충은 "그가 외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가 누구를 신뢰하느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젊은 시절 영어 교사로 중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대중 외교에서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반면 푸단대 자오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바이든 정부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당선 시 트럼프 2.0(2기)보다 더 큰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중국에 미칠 영향을 두고서도 전문가들 의견이 갈렸다.
FT에 따르면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갈등 관리'가 아닌 신냉전 구도 속에서 승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실존적인 위협이기 때문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번째 임기가 성사되면 미국 내 혼란이 야기되고 미국과 동맹국 관계, 무역 파트너십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에 이롭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대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서방의 대중 압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국제정치 분야 권위자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임기 중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를 부활시키고 대중 무역 전쟁을 시작한 점 등을 근거로 이런 희망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냈다.
스 교수는 "해리스는 중국 정부를 전복하는 것을 공개적이고 계획적인 목표로 삼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보다 정책적 예측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은 두 가지 악 중에서 덜한 쪽이 선출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스 교수는 전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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