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 핑계대고 콜백도 안해…'콜포비아' Z세대와 대화 어렵네
4분의 1가량은 아예 전화 받지 않아
전화를 비상 상황·나쁜 소식으로 인식
직장서 갈등 유발…"유대감 잃을 수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기성세대에서는 전화 통화가 일상이었지만, ‘Z세대’를 필두로 요즘 젊은 세대는 사생활뿐 아니라 직장 생활에서도 전화 통화보단 문자를 선호하고 있다.
BBC는 26일(현지시간) 젊은 세대는 전화가 울리면 불안감을 느낀다며, 1990년대에 팩스기를 버렸듯이 2024년에는 두려운 전화 통화를 떠나야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실제 18~34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한 유스위치 설문조사에서 약 70%가 전화 통화보다 문자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설문 대상자 중 4분의 1가량은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벨이 울리면 무시하거나 문자로 응답하는 식이다. 만약 알지 못하는 번호라면 온라인으로 번호를 검색하는 패턴도 보인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유선 전화 쟁탈을 위해 형제·자매와 싸우며 보냈고, 전화 통화 내용은 온 가족이 듣기 일쑤였다. 반면 MZ 세대는 개인 휴대전화를 갖게 되었지만, 전화 통화는 비상 상황을 위한 것이었고 주로 문자로 소통을 이어갔다.
이른바 ‘문자 세대’는 전화로 대화하는 습관을 형성하지 않았기에 이제 전화 통화가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젊은 층 절반 이상이 예상치 못한 전화는 ‘나쁜 소식’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잭 롱리(26)는 “사기꾼이거나 보이스피싱일 수 있기에 알 수 없는 번호에 절대 응답하지 않는다”며 “어떤 것이 합법적인지 찾기 위해 샅샅이 뒤지는 대신 전화를 무시하는 것이 더 쉽다”고 말했다.
이에 엘로이즈 스키너 심리치료사는 전화에 대한 불안감이 나쁜 소식과 연관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삶이 점점 더 바빠지고 일하는 일정이 불규칙해지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단순히 안부를 묻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며 “전화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 되었고, 이는 종종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Z세대는 전화 통화 대신 친구들과 많은 대화는 이제 소셜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과 스냅챗 등에서 이미지와 밈을 문자와 함께 보내고 공유한다.
아울러 Z세대는 전화 통화와 음성 메모 중 음성메모가 더 나은 형태의 대화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조사에서 18~37세의 34%가 음성 메모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35~54세 사이는 단 1%만이 전화 통화보다 음성 메모를 선호했다.
수지 존스(19)는 “음성 메모는 전화 통화와 비슷하지만, 더 좋다”며 “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이점은 있지만, 압박감이 없어서 더 정중한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은 문자 메시지와 음성 메모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한 응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면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전화 통화보다 더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사생활에서 ‘콜포비아’로 불리는 전화 통화 공포증이 업무를 하는 직장 생활에서도 이어져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변호사이자 콘텐츠크리에이터인 헨리 넬슨 케이스(31)는 “실시간 대화와 관련된 불안, 잠재적인 어색함, 답을 얻지 못함, 즉시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전화 통화가 싫다”고 말했다.
이에 투로니 박사는 “전화 통화는 더 노출이 많고 더 높은 수준의 친밀감을 요구하는 반면, 메시지는 분리되어 있고 취약하거나 노출된 느낌 없이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인 둔야 렐릭(27)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직장 내에서 전화는 피한다”고 말했다.
이에 스키너 심리치료사는 “이메일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 굳이 전화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감정이 드는 건 시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화를 받으려면 수신자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대화에 집중해야 하는 데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콜포비아 젊은 직원들을 둔 직장 상사들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고용주인 제임스 홀튼(64)은 젊은 직원들에 전화를 걸면 거의 응답하지 않거나 바쁘다는 기본 메시지를 남기기 일쑤라고 전했다. 그는 “항상 변명을 늘어놓는데 가장 흔한 것은 ‘무음이라 못보고 나중에 전화하는 것을 잊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눈에 보이는 소통의 공백과 직원들이 문자를 더 편하게 여기는 선택을 존중하는 게 책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적응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BBC는 이러한 추세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고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예정에 없던 비공식적인 대화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스키너 심리치료사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친밀감이나 유대감을 잃을 수도 있다”며 “언어적으로 의사소통할 때 우리는 정서적, 직업적 또는 개인적으로 더 잘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이러한 연결감은 특히 직장에서 더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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