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대문에 저렴한 중형 신축임대"

이한준 LH 사장 인터뷰
시세 70% 살기좋은 非아파트
올해 5만채·내년 6만채 공급
신혼부부 집 걱정 덜게 할 것
3기 신도시 공급가 낮추려면
용적률 올리고 녹지는 줄여야

"신축매입임대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는 주요 공급 수단이었지만 목표 대비 공급 달성률이 40% 정도로 낮았어요. 이번엔 다를 겁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사진)이 27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며 '8·8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신축매입임대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주요 역세권에 시세 70% 수준의 고품질 신축 비아파트를 올해와 내년 11만채 이상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종로구와 서대문구 등 도심 역세권에 선보일 전망이다.

정부가 8·8 대책에서 발표한 신축매입임대 11만채 가운데 LH 몫은 91%인 10만채다. 하지만 이 사장은 LH가 11만채 이상을 공급할 것이라며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그는 "올해 5만채를 공급(매입약정 체결 기준)하고 내년에 6만채를 추가해 총 11만채 이상 내놓겠다"며 "특히 중형 평형(전용면적 60~84㎡) 비아파트를 많이 선보여 깨끗한 신축을 선호하는 신혼부부 등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사장은 "비아파트를 세우는 민간 사업자와 약정 체결 과정을 줄이고 조기 착공까지 지원해 준공 기간도 기존 신축매입임대 제공 때보다 9개월가량 앞당기겠다"고 언급했다.

LH는 신축매입임대 공급을 늘리고자 최근 수도권 주택 매입 조직을 기존 4팀 87명에서 9팀 200명으로 대폭 확충했다. 특히 고가 매입 논란을 막기 위해 기존에 민간 건설사가 추천한 감정평가사와 LH가 함께 정하던 매입 가격을 감정평가사협회 심의위원회에 최종 위탁해 좀 더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이 사장은 "가격은 최대한 공정하게 설정하되 고가 매입 논란을 우려해 LH 직원들이 주택 매입 업무에 위축되지 않도록 '적극 행정 면책 제도'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고품질 신축 비아파트를 민간 사업자에게서 많이 사들이려면 정부 지원이 늘어야 한다. 매입임대주택 실매입 단가 대비 정부 지원 단가 비율은 2020년 69%에서 지난해 65%로 떨어진 상태다. 이 사장은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이 비율을 끌어올려 정부 지원 단가율 95% 달성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8·8 대책이 주택 공급을 주로 다뤘다면 이 사장이 따로 주목하는 건 '가격'이다. 현재 조성 공사에 착수한 3기 신도시 공급 가격을 낮추는 등 집값을 낮춰야만 주택 공급 효과도 배가된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공급만 늘린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게 아닌 만큼 지금 짓고 있는 3기 신도시 아파트 분양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올리고 과다하게 책정된 상업업무시설 비율을 줄이는 등 주택 관련 토지 조성 원가를 줄이면 건축비 급등분을 상쇄해 신도시 아파트 분양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과거 1기 신도시 주택 주차장은 대부분 지상에만 있어 주위에 확보해야 할 녹지 면적이 넓었지만 3기 신도시는 주차장을 모두 지하화한 만큼 녹지 면적을 좀 줄여도 된다"며 "녹지 면적이 줄어든 대신 주택 공급량을 늘리면 주택 공급 가격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LH 부채 논란에 대해 "현재 부채 153조원 중 65조원은 임대보증금 등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회계상 부채일 뿐이고 이자를 내야 하는 88조원 중에서도 절반 이상은 주택도시기금에서 공익사업용으로 빌린 것이어서 상환 기간이 길고 재무 부담도 작다"며 "결국 사채 등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43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28%에 불과해 다른 기관보다 재무 구조가 오히려 탄탄한 편"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