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온 '미인도' '훈민정음해례본'… 대구간송미술관 문연다
서울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
지상 3층 총 8003㎡ 규모
첫 전시로 국보·보물전 열어
'보이는 수리복원실' 운영
"남부 지역 대표 미술관으로"
27일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첫 상설 전시공간으로, 다음달 초 개관을 앞둔 이곳 전시실은 국보급 미술품과 보물들로 가득했다.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전시공간 대신 자연 소재 본연의 색과 멋을 살린 미술관 내부와 절제된 조명은 사람들의 시선을 오롯이 작품에 머무르게 했다. 열 명만 들어서도 꽉 찰 것 같은, 동굴 같은 공간에서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신윤복의 '미인도'를 마주했을 땐 140년의 시간을 건너 당대 여성이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이날 오후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는 9월 3일 대구간송미술관을 정식으로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보화각)의 첫 분관이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은 "서울의 간송미술관이 봄·가을 정기적인 기획전을 연다면, 대구간송미술관은 연중 내내 다채로운 상설·기획 전시, 교육·행사로 관객들을 찾아간다"며 "중·남부 지역의 미술 거점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시 시립미술관인 대구미술관 옆에 지하 1층~지상 3층에 총연면적 8003㎡(약 2400평) 규모로 건립됐다. 이를 위해 앞서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광역시는 2016년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운영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미술관 설립을 추진해 왔다. 총사업비는 446억원으로 2022년 1월 착공해 올해 4월 준공됐다. 대구에 새로운 시립미술관이 건립되는 것은 2011년 대구미술관 개관 이후 13년 만이다.
미술관 설계는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맡았다. △지하 1층 전시실 2개소(4·5)와 야외 수공간 △지상 1층 전시실 4개소(전시실 1~3, 간송의 방)와 수리복원실, 아트숍, 강당, 휴게시설 △지상 2층 매표소와 도서자료실, 강의실, 야외 마당 △지상 3층 사무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최 교수는 "오랜 전통을 지닌 기존 지형의 높낮이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고, 건물이 드러나기보다는 미술을 담는 담백한 그릇으로서 존재하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개관을 기념하는 첫 전시로는 국보·보물전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가 9월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린다. 간송 전형필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인 '간송 컬렉션'을 대표하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신윤복의 '미인도'(보물) 등 국보·보물 40건 총 97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역대 국보·보물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서울 외 지역에서 전시하는 것은 발견 이후 84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실 1에서는 산수, 인물, 풍속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와 조선 문예를 대변하는 서적을 선보인다. 검은 비단에 금니(金泥·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로 그린 이정의 대나무 그림을 비롯해 정선·심사정의 산수화, 김홍도의 고사인물화, 신윤복·김득신의 풍속화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 작품이 소개된다. '금보(琴譜)'(보물) 등 조선시대 학술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책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 4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불교미술과 도자기, 서예 작품들이 펼쳐진다.
특별한 방식의 전시도 선보인다. 전시실 2는 소수의 인원이 들어가 작품 하나에 몰입해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신윤복의 '미인도'가 이곳에 걸렸다. 전시실 3에서 펼쳐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에서는 현대미술 작가 송예슬 작가와 협업한 3점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전시된다. 전시실 5에서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 조선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한 실감영상 전시 '흐름·The Flow'이 펼쳐진다. 약 38m의 대형 반원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영상은 원작의 아름다움은 물론 큰 스케일의 화면이 주는 현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대구간송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공간도 눈길을 끈다. '보이는 수리복원실'은 문화유산들이 어떻게 수리·복원되는지 그 과정을 방문객이 창문 너머로 볼 수 있게 마련됐다. 전문 학예사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지류 문화유산 수리복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제공한다.
[대구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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