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SKY 등 상위권대, 지역별 비례제로 신입생 뽑자"

강유빈 2024. 8. 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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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거주지역 사교육비 격차,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로 이어져
저출생·서울 집값 상승 등 야기
"지역 비례선발로 악순환 끊어야"
7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학생 및 학부모들이 진학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대학 입시경쟁에 따른 불평등 심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 저출생 등 각종 사회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신입생 대부분을 지역 학령인구 비율에 맞춰 뽑으면 큰 비용과 시간 투입 없이 전국으로 사교육이 분산돼 수도권 집값 안정을 포함한 여러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교육비 격차 →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로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2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서 정종우 미시제도연구실 과장, 김혜진 국립부경대 교수와 공저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사교육비 급증이 소득과 거주지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데 주목했다. 지난해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104만 원으로 읍면지역(58만 원)보다 1.8배 높았고, 서울 내에서도 고소득층(123만 원)이 저소득층(54만 원)보다 2.3배 많이 지출했다고 밝혔다.

사교육비 격차는 상위권 대학 진학률 차이로 이어져 입학생의 서울 출신 쏠림을 유발한다고 이 실장은 지적했다. 실제 2018년 일반고 졸업생 중 서울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출신은 각각 16%, 4%인데, 그해 서울대 입학생 중 이 지역 출신은 그보다 많은 32%, 12%였다. 이는 계층 이동 사다리를 약화시켜 ①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을 심화하고, ②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 부족을 야기한다.

실증분석 결과에서도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75%가 학생 잠재력을 뺀 ‘부모 경제력 효과’로 나타났다. 서울과 비서울의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는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했다. 부모 소득이 높고 사교육 중심지에 거주하는 학생이 자기 잠재력보다 좋은 입시 성과를 거뒀다는 뜻이다.

계층별·지역별 소득수준과 상위권대 진학률 간 관계. 한국은행 제공

상위권대를 향한 교육열은 ③젊은 세대가 출산과 결혼을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서울 등 수도권 인구 집중을 유발해 사교육비 외 전반적인 주거비와 양육비까지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또 학업 스트레스로 ④청소년층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고, 과도한 입시경쟁이 N수생 양산과 대학 입학 후 무기력(번아웃) 야기, 늦어지는 노동시장 진입 및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직장 취업 등의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나쁜 균형’ 빠져나와야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상위권 대학이 자발적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서울대에서 운영 중인 ‘지역균형전형’을 상위권 대학 입학 정원 대부분에 확대 적용,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뽑자는 얘기다.

실현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이 실장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순 없지만, 정부의 정책 개입 없이 우리 사회를 빠르게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게 하는 실효성 높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효과가 크고, 지역·기회균형전형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 성과가 다른 학생들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다양성 확대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집값 상승, 저출생 및 만혼 현상을 완화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SKY 대학 교수들 결단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폐회사를 통해 “사실상 서울 또는 강남지역 입학생 비율이 학령인구 비율의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만 제도를 추진한다면 현재 학과별 선발제도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며 제안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각 대학의 동참도 촉구했다. 이 총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시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대치동 학원이 전국으로 분산되고, 지방 중고등학생이 입시를 위해 서울로 이주해올 필요가 없어지고, 학기 초 각 지역 고등학교의 입학 환영 플래카드가 대학 정문에 걸리는 다양성이 확보된 대학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더 안정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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