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해결? 당정갈등 재현? 중간에 선 ‘한동훈의 딜레마’

변문우 기자 2024. 8. 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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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26년도 의대 증원 ‘보류’ 제안…대통령실 거절에도 추가 중재안 고심
“금투세로 이재명 잡고 당정관계 우위” vs “윤‧한 갈등 시즌2 되면 본인 손해”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6개월째 도돌이표인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갈등 중재' 역할에 본격 나섰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철통 같이 고수해온 의대 증원의 '일부 보류'를 꺼내들며 대통령실에 한발 물러설 것을 제안했다. '원외 대표'로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각종 현안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첫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정 갈등'의 새로운 시발점이 돼, 한 대표를 딜레마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기조'와 다른 목소리 내는 韓…"국민들 의료 걱정 경감시켜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실에 의대 증원 관련 새로운 절충안을 제시했다. 올해 모집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증원 결정은 유지하되, 이듬해에 모집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의 증원은 보류하는 내용이 골자다. 관련해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27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취재진에 "2026학년도는 의료계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을 갖고 충분히 같이 조정·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절충안은 최근 한 대표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후 의정 갈등 장기화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의정 갈등과 관련해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국민 걱정과 우려를 경감시킬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여러 가지 의견을 정부와 나눈 바 있다"고 전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사실상 한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을 통해 "회의석상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며 "여러 가지 경로로 다양한 제안들이 들어오지만 정부의 방침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시적 유예나 보류 과정 없이, 매년 20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려 2035년까지 의사 인력 1만 명을 확충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의정 갈등 중재 의지를 계속 이어가는 분위기다.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반려된 의대 정원 증원 유예 외에도 의정 갈등 추가 중재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의사들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의료사고특례법 개정은 물론, 의료수가 및 보상체계 개선 등이 포함됐다. 오는 3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대통령의 만찬 회동에서 관련 내용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0선 원외' 약점 극복할 기회?…'윤‧한 갈등' 뇌관 될까 우려도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돌연 의정 갈등에 집중하는 이유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외'이자 '0선'인 한 대표가 이번 의정 갈등 국면에서 성과를 내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앞으로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면 원외인 한 대표의 존재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이슈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한 대표는 최근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이슈들을 공략하며 '여‧야‧정(여당‧야당‧정부)' 삼각관계 속에서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일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조율이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이슈에 집중하며 내부 당론도 확정 못한 민주당을 연일 압박했다. 여권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이지만 야당과의 신경전에서 우위를 입증했고, 이젠 당정관계에서도 독립적 이미지를 각인시킬 때"라고 전했다.

반면 한 대표의 의정갈등 중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등 뇌관까지 건드릴 경우 당정갈등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통령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관련 의지와 기조는 그대로인데, 여권에서 재차 절충안을 화두에 올리며 기조를 흔드는 것에 '불쾌함'을 표출하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친윤(親윤석열)계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한 대표에겐 딜레마 상황이다. '제3자 특검법'에 이어 또 다른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미 압도적으로 당대표에 당선돼 당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각을 세워봤자 내부적으로 피로감만 가중되고, 단일대오를 갖춘 민주당에 먹잇감만 던져주는 셈"이라며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시즌2'로만 비치면 본인에게 해악이다. 의정 갈등 관련해서도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대표도 당정 갈등 재현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최근 친윤계와 스킨십하며 소통 행보에 나서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은 각종 '특검'과 '의대 증원' 이슈 등 각종 현안에서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만큼 한 대표가 전향적 성과를 내기 위해 설득해야 할 당사자들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계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곧 정부를 설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한 대표 입장에서도 당내 우군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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