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석달만에… 민생法 8개 국회문턱 넘는다

이슬기 기자 2024. 8. 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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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 적어도 8개 민생 법안을 합의 처리한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 ‘여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무제한토론)’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반복된 가운데, 비쟁점 법안 처리는 더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을 수용한 조치다.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전략적 무게 추를 ‘민생 정당’에 두자는 내부 판단도 작용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3차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국회 보건복지원회 야당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PA(진료 보조) 간호사의 직위 명시’를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안을 심사해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야 쟁점 사안이었던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 부분은 제외키로 했다. 복지위 여당 관계자도 “조무사 부분은 이견이 너무 커서 도저히 합의가 안 된다”며 “PA 간호사 부분이라도 넣어 처리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그간 여야는 간호법 제정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쟁점은 ▲PA 간호사 직위 법제화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철폐다. 여당은 PA 간호사 직위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하고,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에도 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하자고 주장해왔다. 현행법상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는 ‘특성화고 졸업자’ 또는 ‘조무사 학원을 나온 사람’만 가능하다. 야당은 특성화고와 학원의 불이익 등을 고려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9일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소속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정치권의 부담도 커졌다. 특히 정부는 전공의 사직 등 의료 공백을 PA 간호사·전문의로 대체할 계획이어서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 지난 국회에서 간호법을 반대했던 여당이 논의에 적극 나선 이유다. 복지위 야당 관계자는 “국회가 일을 안 해서 의료 혼란이 가중되는 듯 대통령실이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라며 “국회가 비협조적으로 비칠 것에 대한 지도부의 염려도 있어 일단 통과시킬 것 같다”고 했다.

◇정쟁에 밀렸던 ‘구하라법’ ‘전세사기법’도 본회의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같은 날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명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20·21대 국회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정쟁에 밀려 임기만료로 폐기됐었다. 범죄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구조금을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도 여야 합의로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관 법안 중에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법 개정안 여야 합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허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상생협력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제조·생산 기술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에 ‘사전 금지’를 할 권한을 주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경우, 법원을 통해 ‘금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사후 손해배상만으로는 피해 보상이 불충분한 만큼, 사전적 구제 수단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도시가스사업법은 취약 계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가스 요금 감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취약층이 도시가스 요금감면 대상자 명단에서 누락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임의규정을 신설해 당사자의 동의 및 관계기관 협조 하에 요금 감면을 대신 신청할 근거를 마련했다. 산업집적활성화법은 산업 단지 내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내용이다.

여야 ‘1호 합의 법안’ ‘전세사기특별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최장 20년 간 거주할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기준인 임차보증금 한도를 기존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도 담겼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도 여야 합의를 이뤘다. 내달 20일 일몰을 앞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시한을 2년 3개월(2026년 12월 31일까지) 연장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 뇌관으로 남아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8일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재표결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민생회복지원금’ 법안만 우선 재표결을 시도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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