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퇴치' 말하는 해리스vs트럼프…"내 방식으로" 정반대 해법
미국 대선의 주요 화두인 수백만 저소득층 문제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해법에서 극단적 차이를 보인다. 여당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빈곤층 직접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등 경기부양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해리스는 빈곤 퇴치와 관련해 극단적인 당파적 균열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모두 각각 행정부에서 대규모 빈곤층 직접지원 정책 패키지에 서명하고 실행한 적 있지만, 그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서로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의 행정부는 나란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다. 트럼프는 2020년 초 팬데믹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빈곤층을 위한 현금 지원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NYT는 "팬데믹 지원이 시작되자 빈곤율이 낮아지면서 2020년 9.1%,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로 이어진 2021년에는 7.8%까지 떨어졌다"고 짚었다. 경제 위기 우려가 높아졌지만 되레 빈곤율은 팬데믹 이전의 3분의 2 수준까지 내려온 것. 이후 코로나 지원이 뚝 끊기면서 2022년 미국의 빈곤율은 12.4%로 증가했다.
이 통계에 대해 트럼프는 이면에 초점을 두는 듯하다. 그는 자신이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감세 정책의 효과가 기저에 있다는 믿음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첫해부터 빈곤율이 감소세로 꺾이는 추세를 보였고, 2018~2019년에는 빈곤율 감소 속도가 두 배까지 커졌다"고 짚었다. 2019년 빈곤율은 11.8%로 기록됐는데 당시만 해도 역대 최저수준이었다. NYT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감세정책과 빈곤율 하락에 대한 직접적인 인과관계 여부에 대해 논쟁이 많았다"며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만큼은 감세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팬데믹을 이어받은 바이든 행정부는 정부 지원금 확대가 빈곤층을 두드러지게 감소시켰다는 점에 주목했다. 해리스는 일찌감치 식량이나 의료, 주택 보조금을 포함해 다양한 빈곤층 직접지원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공화당이 반대하는 15달러의 연방 최저임금을 공약으로 언급했다. 육아 보조금이나 유급 가족 휴가제도도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연방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고 비난한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재임 기간인 팬데믹 초기, 일명 '헬리콥터 머니'로 불리던 적극 지원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대신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감세정책을 연일 홍보하고 있다. NYT는 "이러한 감세의 직접적인 혜택의 대부분은 기업과 부유층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빈곤층 식료품 쿠폰(상품권) 지원사업도 비슷한 운명이다. NYT는 "지난 50여년간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으로 지급되어온 식료품 쿠폰 지급 정책이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식료품 쿠폰을 잘못된 복지정책이라 비판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하고 사기를 부추긴다며 비판해왔다. 그는 식료품 쿠폰에 대해 "범죄의 물결"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대형마트 앞 주차장 풍경을 언급한다. 식료품 쿠폰으로 생수 수십통을 사서 나온 뒤 주차장에서 물을 바로 비워내고, 빈 플라스틱 통을 개당 50센트에 판매해 현금을 챙기기 위해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현금은 주로 마약이나 술을 사는 데 쓰인다.
해리스는 이를 빈곤층의 '영양 지원' 측면으로 접근한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식료품 쿠폰을 확대하고, 아동수당을 크게 늘려 영양 보충에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식료품 지원 정책은 매년 확대해왔다"며 "현재 미국인 8명 중 1명이 한 사람당 월 210달러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무료 급식도 민주당이 생각하는 '영양 지원'의 연장선이다. 선별 지원이 아닌 보편 지원으로 '낙인효과'를 없애고 아이들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공화당은 예산 낭비이자 지출 낭비라는 측면에서 본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료 바우처 지급 정책에 관해서도 두 후보의 입장은 정반대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정책을 이어받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수조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공공 주택을 개선하고, 개별 아파트 임대료로 갈음할 수 있는 바우처 지급 대상을 늘리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반대로 주택 바우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숙자와 관련해서도 해리스는 노숙자에게 아파트를 제공하는 정책을 포함했지만, 트럼프는 노숙자들을 별도의 '캠프' 같은 곳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택 문제에도 세금 감면 혜택과 함께 신규 주택 건설을 위해 연방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세금 정책도 두 후보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NYT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은 부분적으로 세금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세수가 많을수록 지원정책을 제공하기 쉬워지고, 세수가 적을수록 어려워진다"며 "두 후보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먼저 감세 및 규제 완화, 관세 부과가 핵심이다. 국내에선 세금을 줄이고, 수입산 보편관세 등 외국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얻어낸다는 취지다. 특히 트럼프가 2017년 대통령 재임 당시 시행한 개인 소득세·재산세 등 감세 법안의 만기를 영구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10년간 약 4조달러의 세금이 줄어들게 되고 주로 기업과 부유층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리스는 연간 40만 달러 이하를 버는 가구, 즉 미국인의 약 98%에 대한 세금 감면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향후 10년 동안 기업과 부유층에 약 5조 달러의 새로운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세금 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아울러 해리스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3000달러의 자녀 세액 공제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트럼프의 보편관세로 일반 미국 중산층 가구당 연간 최소 1700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월가 일각에선 트럼프의 보편관세와 감세 정책이 해리스의 '가격 통제' 공약이 미칠 영향보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컬럼비아 대학교 빈곤 및 사회 정책 센터는 "팬데믹 기간, 식량, 주택, 의료 및 기타 필요 사항에 대한 안전망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그 해에 약 2배나 많은 미국인이 가난했을 것"이라며 일정 부분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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