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의 정신 대구로 왔다…대구간송미술관 내달 3일 개관
서울 보화각과 다른 간송의 유일한 상설 전시공간
간송의 독보적인 전문성으로 지역 공헌…대구 문화예술 랜드마크 기대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이 대구에도 뿌리내린다.
국채보상운동의 시작점이자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간송미술관이 새로운 역사의 서막을 쓴다.
지난 2016년 간송미술관 대구분관 건립·운영을 위한 협약 체결 후 2022년 첫 삽을 뜬 대구간송미술관은 오랜 기간 준비를 마치고 다음달 3일 마침내 문을 연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과 가치를 소개하고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현재적인 담론을 지역, 세대의 경계를 넘어 미래 세대와 함께 풀어가는 미술관으로 탄생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유일한 상설 전시공간으로 대구를 중심으로 국내 중·남부 지역에 문화적으로 공헌하는 미술관으로 첫 발을 뗀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과 동시에 열리는 개막 전시인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에서는 간송 컬렉션의 역대 최대 규모인 국보·보물 40건 97점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인 '여세동보(與世同寶)'는 위창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선생이 보화각 설립을 축하하며 지은 정초명(定礎銘)에서 빌려온 말로 '세상 함께 보배 삼아'라는 뜻이다.
간송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들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개관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전시 제목으로 삼았다.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역대 전시 중 최대 규모의 국보와 보물이 출품되는 진귀한 자리다.
특정한 주제를 정해 작품을 소개하기보다는 작품 하나하나가 보배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총 4개의 전시실을 마련하고 실별로 차별화된 공간을 구성했다.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신윤복의 <미인도>(보물)를 비롯해 간송 컬렉션을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이 전시된다.
전시실 1에서는 산수, 인물, 풍속 등 간송 전형필이 비교적 초창기에 수집한 다양한 장르의 회화와 조선 문예를 대변하는 전적이 전시된다.
이정의 대나무 그림을 비롯해, 정선·심사정의 산수화, 김홍도의 고사인물화, 신윤복·김득신의 풍속화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금보(琴譜)』(보물) 등 조선의 학술과 문화를 대변하는 세 권의 책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실 2에서는 특별한 방식으로 신윤복의 <미인도>를 만날 수 있다. 오직 <미인도>만을 위해 조성된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이 독대하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 3에서는 한글의 창제 원리와 용례를 담고 있는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전시된다.
훈민정음 해례본 진본이 공개되는 것은 간송미술관 외부에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전시된 것이 전부이다.
전시실 4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걸친 불교미술과 도자기, 서예 작품들을 전시한다.
추사 김정희의 《난맹첩》(보물)의 묵란화 네 점과 추사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서예 작품을 비롯해 간송의 콜렉션을 대표하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국보)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 5에 조성된 실감영상전시 <흐름·The Flow>에서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 조선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했다.
약 38m 길이의 반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조선의 대표 화가, 대표 작품의 실감영상은 원작의 아름다움은 물론 현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연구자이자 예술가, 교육자로서 간송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작 26건 60점을 만날 수 있는 간송의 방도 마련됐다.
'이현서옥(梨峴書屋)', '옥정연재(玉井硏齋)', '보화각(葆華閣)' 총 3개의 구역으로 실내 공간을 구성했으며 각각의 공간에서는 간송의 삶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과 영상이 펼쳐진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11월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전시 종료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에 마감된다.
전시는 개관일인 다음달 3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열리며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관람 예약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할 수 있으며 증빙서류 제출 시 단체 할인 및 특별 요금도 적용된다.
이번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을 통해 간송의 독보적인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 공헌과 소통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간송미술관이 반세기 이상 축적한 지류문화유산의 수리복원 기술과 노하우를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 활용해 '영남권 지류문화유산 수리 복원 허브'로서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며 "간송미술관이 가진 문화유산 수리와 보존, 연구에 대한 오랜 현장경험을 유림(儒林)의 본고장인 대구·경북과 영남 지역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와 함께 운영하는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는 관람객이 실제 수리복원에 사용되는 도구와 재료, 수리 복원의 과정을 확인하고 전문 학예사와의 질의응답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전 관장은 "대구간송미술관은 지역민들이 우리 문화를 쉽게 향유할 수 있고 문화보국 정신을 연결·확장하는 공간"이라며 "특히 유소년과 청소년 시절부터 어르신 세대에 이르기까지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광역시는 지난 2016년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운영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미술관 설립을 추진해 왔다.
시립미술관으로 건립된 대구간송미술관은 2022년 1월 착공해 총 사업비 446억을 들여 올해 4월 준공됐다.
연면적 8003㎡ 규모로 지하 1층에 전시실(2개소) 및 수공간(야외), 지상 1층에 전시실(4개소)과 보이는 수리복원실, 간송 아트숍, 강당 및 휴게시설, 지상 2층에는 매표소와 아카이브집(도서자료실), 강의실, 박석마당(야외) 등을 조성했다.
국제 설계공모로 선정돼 대구간송미술관을 설계한 연세대학교 최문규 교수와 ㈜가아건축사사무소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굳건한 정신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신념을 미술관 입구 아름드리 나무 기둥과 미술관 곳곳에 위치한 소나무를 통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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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권소영 기자 notol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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