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체코 당국에 진정” 원전 수주 발목…뭐가 문제인가

이진주·김유진 기자 2024. 8. 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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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이번엔 체코 당국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가 한수원의 원전 건설 수주를 최종 승인하면 체코와 미국 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선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언급했다.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11월 미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민주·공화 양당 모두 노동계층 등 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 지식재산권을 격렬하게 보호하고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재 결정이 내년 하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수원은 지난달 17일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4기 중 2기를 건설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성과다.

한수원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최종 계약 전까지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미국 정부에 원전 수출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한수원의 신고를 미국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웨스팅하우스가 이를 미루고 있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한 기업으로 전 세계 원전의 약 절반 가까이에 원천기술을 제공했다. 한국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역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됐다.

문제는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면서 시작됐다.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을 걸고넘어졌다. 당시 한수원이 원자로 냉각재펌프(RCP)와 터빈 기자재 등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구매하면서 기술 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2년 10월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에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에 자사 기술이 사용됐다며 이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건설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되면서 한수원은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원전 수출통제 권한이 미국 정부에만 있으므로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각하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수원은 과거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적용해 원자로를 건설했지만, 현재는 원전 핵심 설비의 대부분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적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 시스템에 대한 특허가 아직 없기 때문에 기술 자립을 완벽하게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술 협력이나 공동 수주 등의 방법도 있고, 정부의 외교적인 물밑 협상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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