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통 아기 요람·쿠션 상당수, 질식사고 위험”

30개 제품 중 17개 영아 수면용으로 부적합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2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영아 수면용으로 광고·판매하는 30개 제품(요람·쿠션류·베개 각 10개)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7개 제품에 질식사고 위험 요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요람·쿠션 등 영아 수면용품 상당수가 질식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영아 수면용으로 광고·판매하는 30개 제품(요람·쿠션류·베개 각 10개)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7개 제품에 질식사고 위험 요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개 제품 가운데 질식 위험이 있다고 표시한 제품은 6개에 불과해 주의·경고 표시도 미흡했다.

돌이 지나지 않은 영아는 목 근육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하고 기도가 좁아 질식 사고의 우려가 높다. 몸이 쉽게 뒤집어져 침구에 입과 코가 막힐 수 있으며,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경사진 수면용품에서 재울 경우 머리가 앞으로 숙어지면서 기도를 압박할 수 있다. 이에 미국은 영아 수면용품 안전 기준으로 등받이 각도를 10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30개 제품을 선별해 등받이 각도를 조사한 결과, 10도 이하 제품은 13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17개 제품은 등받이 각도가 11∼58도로 미국에서는 영아 수면용으로 판매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쿠션류는 10개 중 7개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요람은 10개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베개 제품은 7∼10도로 10개 모두 안전 기준에 부합했다. 

지난 2018∼2022년 5년간 영아돌연사증후군(SIDS)으로 숨진 영아는 275명에 이른다고 소비자원은 밝혔다. SIDS는 대부분 명확한 이유 없이 수면 중에 발생해 '요람사'라고도 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1000명당 0.2명 안팎은 SIDS로 사망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안전하지 않은 수면 환경을 SIDS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영아 수면용품의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SIDS에 대한 사업자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관련 용품에 대한 마땅한 안전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등받이 각도가 10도를 초과한 제품은 수면용으로 광고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또 조사 대상 모든 사업자에게 제품에 SIDS 관련 주의·경고를 표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SIDS 예방을 위해 영아를 단단하고 평평한 표면에 똑바로 눕혀 재우고 수면 공간에는 다른 물품을 두지 말 것을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