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해례본 84년만 서울밖 첫 전시…대구간송미술관 개관전
간송 전시 중 최대 규모 전시…'보이는 수리복원실' 등 갖춰
(대구=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다음 달 대구에 상설전시공간인 대구간송미술관을 연다.
대구미술관 옆에 들어선 대구간송미술관은 연면적 8천3㎡ 규모로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전시실 6곳과 보이는 수리복원실, 아트숍, 도서자료실 등을 갖췄다.
9월3일 시작하는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전에는 간송 소장품 중 국보와 보물 40건 97점을 소개해 간송미술관이 지금껏 열었던 전시 중 최대 규모로 국보와 보물을 선보인다. 전시명 '여세동보'는 '세상 함께 보배 삼아'라는 의미로 위창 오세창이 간송미술관의 출발점인 보화각 설립을 축하하며 지은 정초명에서 빌려 왔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부관장은 27일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으로 치면 선수단 입장식 같은 전시"라며 "간송미술관의 대표작들을 보여주는 일종의 인사 같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전시작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보배지만 수많은 국보와 보물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 진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 28년인 1446년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과 자모글자 내용, 해설을 묶어 만든 책이다. 해례(解例)가 붙어 있어 해례본으로 불리며 훈민정음 원본으로도 불린다. 1940년 경북 안동의 고가에서 발견된 것을 간송 전형필이 구입했던 것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다 하여 '무가지보'로 불리는 간송미술관 최고의 소장품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서울 밖에서 전시되는 것은 발견 이후 84년 만이다. 서울에서도 간송미술관 밖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짧은 시간에 전시됐던 것이 전부다. 이번 전시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위해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신윤복의 '미인도' 역시 이 작품만을 위해 전시장 한 곳을 따로 할애해 어둠 속에서 소수의 인원이 독대하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된다.
지하 전시장에선 추사 김정희의 묵란화 네 점을 모은 '난맹첩'과 추사체를 보여주는 서예작품들을 지나면 교과서에서 보던 도자들이 놓였다.
국보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등 병(甁)류 외에도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등 국보와 보물 도자들이 관객을 맞는다.
2022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매에 내놔 논란이 됐던 금동삼존불감과 계미명삼존불입상도 전시작에 포함됐다. 당시 두 점 모두 유찰됐으나 이후 금동삼존불감은 헤리티지 다오(DAO)에 판매됐다. 헤리티지 다오는 구입 후 간송미술문화재단에 작품 지분 중 51%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헤리티지 다오 기증'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회화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김홍도의 풍속화 '마상청앵', 신윤복의 '단오풍정', 김득신의 '야묘도추' 등 조선의 3대 풍속화가 대표작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시대 삼재(三齋)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현재(玄齋) 심사정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그린 두루마리 그림인 '촉잔도권'은 가로 8.1m가 넘는 대작으로, 그동안 서울에서는 전시장 공간 문제로 부분적으로만 공개됐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펼친 채로 소개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유림의 고장인 영남권에서 간송미술관이 보유한 지류 문화유산의 수리복원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허브 역할도 할 예정이다. 미술관 1층에 들어선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는 관람객들이 실제 수리·복원 과정을 보면서 전문 학예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대구시와 2016년 대구간송미술관 건립과 운영 계약을 맺고 미술관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이후 최문규 연세대 교수의 설계로 2022년 1월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미술관이 준공됐다.
간송미술관은 앞으로 서울 공간은 지금처럼 봄과 가을에 짧게 전시를 진행하고 대구간송미술관은 상설전시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전시는 12월1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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