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가 쓴 흉부 X선 보고서 의사만큼 잘 써”… 구글, AI 연구자 행사 韓서 2년 연속 개최
“‘메드-제미나이(Med-Gemini)’가 작성한 흉부 엑스레이(X-ray) 분석 보고서와 의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블라인드 테스트로 비교했더니, 평가자(전문의) 중 72%가 제미나이의 분석이 (원본과) 동등하거나 더 우수하다고 답했습니다. 메드-제미나이는 특히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3차원(D) 이미지 해석에서 월등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27일 로리 필그림(Rory Pilgrim) 구글 리서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리서치앳 코리아’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메드-제미나이는 구글 리서치와 구글 딥마인드가 멀티모달 의료 작업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이다. 의료 전문가 진단, 치료 결정을 지원하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개발·고도화 중이다.
필그림 엔지니어는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이 사용되기 위해선 텍스트, 이미지, 유전 정보 등 다양한 형태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해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2D, 3D 수술 영상, 유전체 정보, ECG(심전도) 신호와 같은 정보를 다루는 데 제미나이를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 정보, 첨단 영상, 후각, 청각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메드-제미나이의 멀티모달(multimodal) 기능이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메드-제미나이가 CT 사진 등 2D 이미지, 수술 영상이나 심전도 신호 등 3D 이미지를 해석하게 했다. 또 흉부 엑스레이와 여러 초음파는 텍스트와 함께 해석할 수 있도록 여러 정보를 결합해 훈련시켰다. 게놈 시퀀스(인간 유전자 정보를 나타내는 DNA 염기서열의 순서) 정보는 제미나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로 전환하고 관련 MRI에 연령·성별 정보를 더해 학습시켰다.
필그림 엔지니어는 “뇌 CT의 경우 메드-제미나이의 보고서가 기존 의사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분석 결과 수준이 비슷하거나 우수하다는 평가가 53%였다. 전체 보고서를 제미나이를 이용해 쓴 것은 이번이 첫 시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구글의 ‘커넥토믹스(Connectomics)’ 프로젝트 연구 사례도 공유됐다. 올해는 구글리서치의 커넥토믹스 연구팀이 구성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로, 인간의 뇌 작동을 이해하기 위해 신경망 구조의 지도를 그리는 프로젝트다.
구글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시각화하는 기계학습(ML)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도구를 개발해 하버드대 연구팀과 협력해 연구를 진행했고, 최근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쌀 반알 크기인 1㎣ 크기의 인간 대뇌 피질 조직을 분석한 것으로, 인코딩하는 데 1.4페타바이트(140만기가바이트)가 필요하며 약 1만6000개의 뉴런, 3만2000개의 신경교 세포, 8000개의 혈관 세포와 1억5000만개의 시냅스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다. 커넥토믹스 프로젝트는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꿀 수 있는, 인간의 뇌 내에서 전에 본 적이 없는 구조를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리지 도프만(Lizzie Dorfman) 구글 리서치 그룹프로덕트 매니저는 “연구에서는 데이터 해석을 자동화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미세 현미경으로 촬영한 영상의 세포를 분할한 다음, 세포 경계를 식별하고 개별 세포를 추적하는 ‘플러드 필링 네트워크(flood filling networks) 기술을 2018년 도입해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간의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100만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쥐의 뇌에 초점을 맞췄고 구글은 계산, 분석 리서치를 제공하며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본 세션이 진행된 ‘리서치앳 코리아’는 구글이 한국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AI 분야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다. 구글이 2년 연속 리서치앳을 개최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마야 쿨리키 구글 리서치 전략·운영·홍보 부사장과 캐서린 초우 프로덕트 총괄 등 구글 리서치 임원진 및 연구원과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국내 학계 및 산업계 관계자 300명이 모였다.
쿨리키 부사장은 “한국은 AI 기술이 역동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요한 국가다. 이번 리서치앳 코리아를 통해 한국 내 AI 전문가들과 직접 만나 서로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공유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며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메드-제미나이와 함께 ▲연구자들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방대한 자료의 효율적인 관리를 돕는 AI 기반 노트정리 도구 ‘노트북LM’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달리티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역량을 지닌 ‘AI 에이전트’ ▲AI를 활용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 ‘커넥토믹스’ 등을 담당 임원들이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LLM 모니터링·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국 스타트업 ‘콕스웨이브’의 김기정 대표도 참석해 국내 AI 연구 사례들을 공유했다. 콕스웨이브는 구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AI 퍼스트 엑셀러레이터’에 선정된 바 있다. 황성주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의 온디바이스 러닝 경험 관련 국내 연구 사례 발표,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스타트업을 위한 구글 AI 퀵스타트 가이드·사례들을 소개하는 ‘코-스포트라이트’ 행사 등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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