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회 원구성 대립에 행정사무감사도 물 건너가나
가족여성회관 재위탁 안건 심의도 불투명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수원시의회가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는 행정사무감사(행감)도 사상 초유로 건너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수원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올해 11월18일부터 12월18일까지 열리는 제387회 제2차 정례회 기간에 2024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의회는 제386회 임시회(10월14~25일)에서 '2024년도 행정사무감사' 계획서를 작성한 뒤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는 등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계획서에는 감사일정과 감사위원회 편성, 감사요령 및 장소 등 감사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의장은 해당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채택 안건이 통과되면 시 집행부가 행감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이를 수원시장에게 고지해야 한다.
하지만 시의회가 후반기에 접어든 지 두 달 가까이 흘렀음에도 여야가 원구성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임시회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자 해당 계획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시의회는 전날 열린 제385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독식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임시회가 운영되지 못하면 이는 시민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이 의회가 정상적으로 열리기 전까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이번 회기에는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재위탁 안건을 의결해야 한다. 현재 시 가족여성회관은 수원도시공사가 수원시로부터 공공위탁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11월30일 위탁기간이 만료된다. 이를 재위탁하려면 계약기간 만료 60일 이전에 이 같은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데 시의회 내 상임위가 열리지 않은 채 이번 임시회가 마무리되면 다음 회기(10월14~25일)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시일이 지난 뒤다.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은 1956년에 건립된 옛 시청사 건물을 활용한 공간으로, 최근 MBC 교양프로그램인 '이유있는 건축'에 소개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곳은 회관 본관 옆 별관(옛 수원문화원) 건물과 함께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재돼 있다. 이 별관에는 일본군 위안부 추모공간인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이 조성돼 있다. 이곳도 수원도시공사가 위탁을 통해 관리 중이다.
가족여성회관에서는 공공위탁을 통한 강좌 운영과 공간 대관 등 대민서비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 12분기(1~6월)까지 가족여성회관에서 개설된 강좌 110개를 통해 수강생 1380명이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했으며, 총 82건의 장소대관을 통해 7200명이 회관을 찾았다.
이로 인해 시의회가 이번 임시회 기간에 가족여성회관 재위탁 안건을 의결하지 않으면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12월부터 수원도시공사가 이를 운영·관리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여성회관도 불가피하게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가족여성회관 본관에 들어와 있는 입주단체 3곳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는 ▲아이사랑 놀이터 ▲소비자교육중앙회 수원시지회 ▲팔달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 입주기관 3곳이 들어와 있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당은 의장이 해당 안건을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 처리가 가능한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는 민주당이 사실상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싹쓸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의회 운영에 차질을 빚게 돼 시민 피해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책임 소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제12대 시의회는 2022년 7월 전반기 개원 당시 국민의힘 20석, 민주당 16석, 진보당 1석 순으로 의석수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7월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 3명과 민주당 의원 1명이 각각 탈당 후 민주당으로 옮기거나 무소속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17대 17로 동수를 이루게 됐다.
후반기 시의회는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17명, 무소속 2석, 진보당 1석 등 순이다. 이 가운데 무소속 1석과 진보당 1석이 범야권으로 분류되면서 1석 차이로 민주당이 후반기 의회 운영의 주도권을 이끌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교섭단체가 의석수가 동수를 이루고 있는 만큼 2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미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구성한 만큼 이를 조정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대신 추가적으로 상임위원회를 신설하면 국민의힘이 해당 상임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방의회 피행 운영에 대해 양측의 대화와 타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조언한다. 또 일정한 원칙에 따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예전에는 대화와 타협이 되다 보니까 서로 주고받기식이나 서로 양보할 부분들은 양보했다"며 "그런데 이게 일단 실종되고 합의체 정신도 무너진 데다 국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원구성까진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방의회는 이같이 원구성에 대해 관계된 조례 같은 게 잘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그때그때마다 이게 다르다"며 "의회 합의체라는 것은 누가 다수당이라고 그냥 밀고 가라는 것은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는 늘 우리 시민들에게 고용을 당한 것이지, 특정 정치리더 밑에 서 있는 게 아니다. 이를 명심한다면 이런 일도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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