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에 원전 사고날라...IAEA 사무총장, 러 쿠르스크 지역 방문조사

27일 쿠르스크 원전 현장 안전 점검
러시아 초청에 따른 방문으로 풀이
러시아, 우크라 에너지 인프라 폭격
“키이우 인근 수력 발전소 등 피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무인 항공기(드론)로 해당 지역 원전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현장을 방문해 안전성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그로시 총장은 26일 성명을 내고 “방문단을 이끌고 쿠르스크 원전으로 향하고 있다”며 “내일 도착했을 때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원전의 안전 요건을 평가할 추가 활동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정보를 검증할 유일한 방법은 안전 평가의 독립성 확보”라며 “안전 보장을 위한 ‘7가지 기둥’이 갖춰졌는지 등은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IAEA가 제시하는 주요 원전 안전 원칙은 △재해·외부 공격으로부터의 물리적 보호 △냉각 시스템 등 안전 체계의 상시 작동 △비상 대응 체계 구축 △외부 전력 공급 유지 △핵 물질 관리 및 보호 △방사능 실시간 모니터링 등이다.

그로시 총장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주장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 22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자국 쿠르스크 원전을 겨냥한 핵 테러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총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원전 안전은 위협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쿠르스크 원전은 인구 50만명의 쿠르스크시에서 서쪽으로 40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활성화 원자로 2개, 해체 원자로 2개, 일부 설치된 원자로 2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로시 총장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2개가 과거 체르노빌 원전과 동일한 형태인 ‘RMBK’ 형태다. 보호 덮개가 없는 구조의 원전이다.

FT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원전에서 약 30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고 보고 있다. 쿠르스크 원전이 우크라이나의 로켓포와 서방제 곡사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본토, 그중에서도 에너지 시설을 집중 포격하고 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26일 자정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몇 주 사이 최대 규모의 폭격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0발 이상의 다양한 미사일과 100대 넘는 샤헤드 드론이 쿠르스크, 벨고로드, 흑해, 크림반도 등에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라시아군이 드론과 순항 미사일,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의 24개주 가운데 15개주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 대부분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공습 대상은 주로 에너지 기반 시설(인프라)로 분석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군산 복합체를 지원하는 변전소와 가스 압축시설, 항공무기 저장시설 등을 정밀무기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드니프로강 수력 발전소도 피격됐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러시아군 공습으로 인해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겼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역시 쿠르스크 진격에 더해 드론을 활용한 공격을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동쪽 사라토프와 모스크바 북동쪽 야로슬라블 등 8개 주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22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신형 드론을 투입할 계획이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자체 생산 무기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가 독립기념일인 지난 24일 공개한 신형 드론 ‘팔랴니차’를 투입해 보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