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서울-지방간 서울대 진학 격차 92%는 부모 경제력-거주지 효과”
27일 한국은행이 펴낸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BOK 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소득 상위 20%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하위 20%보다 5.4배 높았다. 이런 격차의 75%는 학생의 잠재력 이외의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로 추정됐다.
또한 2018년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발표 자료는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과 한국은행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료다.
연구진은 “입시경쟁 과열은 사교육 부담 및 교육기회 불평등 심화, 사회역동성 저하, 저출산 및 수도권 인구집중, 학생의 정서불안과 낮은 교육성과 등 우리나라의 구조적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교육 시스템을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정과 성장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의 입시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로 가계에 큰 부담을 주었으며, 교육기회 불평등을 초래했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참여 학생 기준)는 연간 4.4%(실질기준 2.1%) 증가했고, 사교육을 포함한 교육비는 2023년 가계소비지출의 22.5%로 가장 큰 부담 항목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3년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읍면지역보다 1.8배 높았다. 서울 내에서도 고소득층(월 소득 800만 원 이상)은 저소득층(월 소득 200만원 미만)보다 2.3배 더 많이 지출했다. 특히 서울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 대비 1인당 사교육비 비율이 27%를 넘어, 2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기에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사교육 불평등은 소득계층과 거주 지역에 따른 상위권대 진학률의 큰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2010년 소득 상위 20%의 상위권대 진학률은 하위 20%보다 5.4배 높았다”고 밝혔다.
거주 지역별로는, 2018년 서울 출신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32%를 차지했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고 사교육이 활발한 강남 3구 출신 학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4%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12%에 달했다.
연구진 분석 결과,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학생의 잠재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주로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잠재력 이외의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로 추정됐다.
또한 2018년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 지역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심화와 교육적 다양성(educational diversity)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위권대 입시에서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더 크게 작용하면, 계층이동의 기회가 줄어들고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이 심화된다. 또한, 상위권대 진학생의 서울 편중이 심화되면서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포용성 등의 교육적 토대가 약화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이와 함께 과도한 입시경쟁은 저출산과 만혼,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 학생의 정서불안 및 교육성과 저하 등 구조적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교육 및 양육비용부담은 저출산과 만혼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사교육 환경과 상위권대 진학률이 우수한 지역으로의 이주수요는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청소년들은 학업부담으로 인해 삶에 대한 만족도가 OECD 국가들 중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울러 입시경쟁으로 서울대 입학생 중 재수생 비중이 2013년 14.9%에서 2024년 26.9%로 증가하여 대학생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여러 차례의 대입제도 개편에도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나쁜 균형’(bad equilibrium)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대학 입시 제도를 ‘지역 비례’ 형식으로 크게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일부 상위권대가 자발적으로 대부분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도입했을 때의 기대효과에 대해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의 입시 영향으로 지역인재를 놓치는 ‘Lost-Einsteins’(잃어버린 인재) 현상을 완화하고,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적용하면, 지역별 서울대 진학률이 학생 잠재력으로부터 괴리된 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또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 확보는 개인적으로는 대학생의 역량 발전을 촉진하고, 사회적으로는 포용적이고 공평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교류하며 다양한 관점과 비판적 사고를 공유하고,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서울에 집중되고 있는 입시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이 제도를 통해 입시경쟁이 지역적으로 분산되고, 대학이 다양한 전형요소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가운데 모집단위 광역화도 함께 시행되면, 학생이 느끼는 경쟁압력이 줄어들고 교육성과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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