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2일째' 임현택 "간호법 제정 전공의 떠나라고 부채질하는 격"

정심교 기자 2024. 8. 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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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의료 대란 관련 대통령과 국회의 결단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24.8.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여야가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합을 맞추려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간호법이 제정되면 병원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을 아예 떠나라고 부채질하는 격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27일 의협이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진행한 일일브리핑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에게 의사의 업무를 하라고 해온 불법 관행을 아예 합법화한다면 환자의 생명이 더 위태로울 것"이라며 "국회의 간호법 졸속 추진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 정상화를 위한 취지로 '국민 생명을 구하기 위한 대통령·국회의 결단 촉구'를 주장하며 전날(26일)에 이어 단식 2일째에 접어든 상태다. 임 회장은 "간호법 제정은 정부가 PA(진료지원) 간호사를 활성화하겠다는 건데, 이는 전공의 수련제도를 부정하고 간호사를 의사로 둔갑시킨다는 발상"이라며 "앞으로 전공의 수련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의 일을 간호사에게 맡기면 국민과 환자가 피해 입을 게 분명할 뿐 아니라, 선배 의사로서 제자(전공의)들에게 병원에 돌아오라고 할 수 없다"며 "정부는 즉흥적인 땜질식 처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즉흥적 정책이라고 규정하며, 땜질식 처방을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현장이 파탄 났는데, 정부와 여당은 PA 간호사 활성화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임 회장은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진료면허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는 (의대 졸업생의 졸업 직후 진료 개시를 막고 수련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진료 면허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간호사가 의사(전공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간호법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떤 때는 환자 안전을 내세우다가 어떤 때는 내다버린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협은 국회를 향해 "의료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성급한 입법을 중단하라"고도 외쳤다. 임 회장은 "의료기사는' 의료인'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 법률로 관리하지만, 의료인에 포함된 간호사에 대해서는 의료법이 아닌 별도의 간호법을 제정해 관리하려 하는가"라며 "간호법안에 따르면 (법적 문제 되는) 간호사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 이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국민생명을 구하기 위한 대통령·국회 결단' 촉구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2024.08.27.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한편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임 회장의 천막엔 보건의료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의협에 따르면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영태 이사장과 이재관 차기 이사장은 전날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민 불안과 불편, 수련 현장과 강의실을 떠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이제는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과 정은숙 수석부회장도 단식장을 찾아 임 회장을 위로했다. 곽지연 간무협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 추진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무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 박근태 회장과 대한내과의사회(이하 내과의사회) 조현호 부회장 등은 "지금의 의료공백 사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철회를 선언한 후 의료계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면서 "대개협과 내과의사회도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날 단식장에는 이동우 전 의협 자문위원, 이중근 전국의사총연합 고문, 의협 상임이사들 등 의료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임 회장은 26일 단식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의료는 사망 직전으로 국민 생명은 속수무책으로 위협받고 있다"면서 "의협 회장으로서 단식을 통해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가적 의료위기 상황을 수습하는 길은 오로지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서 결단하는 길뿐"이라면서 "대통령과 국회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의료대란을 끝내겠다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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