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44년 만 최악의 가뭄···세계 최대 ‘판타나우 습지’ 화재 3316% 증가

윤기은 기자 2024. 8.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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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7일(현지시간) 브라질 마투그로수주 포코니의 판타나우 습지 내 엔콘트로 다스 아구아스 주립공원이 불에 탄 모습. AP연합뉴스

브라질이 기상 이변으로 44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강물에 잠긴 지역이 많은 판타나우 침수초원에서도 가뭄으로 화재가 잇따르며 수많은 동·식물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매체 G1은 26일(현지시간) 국립자연재해감시센터 조사 결과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27개 주 중 16개 주가 1980년 같은 시기 이후 가장 낮은 평균 습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넓은 침수초원인 판타나우의 가뭄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 올해 1~7월 불에 탄 판타나우 면적을 80만ha(약 8000㎢·서울시 면적 13배)로 집계했다. G1은 올해 8월1일부터 25일간 판타나우에서 발생한 화재는 3758건으로, 지난해 8월 전체 화재 건수(110건)에 비해 3316% 늘어났다고 전했다.

브라질 남서부 마투그로수두술주와 볼리비아, 파라과이에 걸쳐 있는 판타나우 습지는 18만여㎢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침수초원이다. 우기에는 80%가량의 평원이 물에 잠기며, 안데스산맥 등 주변 고원에서 흘러내려 온 물과 잔류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생물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다. 왕관 독수리, 남미 코끼리, 거대 개미핥기 등 멸종위기종도 이곳에 남아있다.

판타나우 습지는 대규모 목축업이 이뤄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브라질 농무부는 2021년 기준 허가된 구역에서 약 800만마리의 소가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6월 이곳에 큰불이 났을 당시 목장 주인들은 불을 피해 소 떼를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 6월10일(현지시간) 브라질 마투그로수두술주 코룽바 판타나우 습지에서 화재를 피하려고 주민들이 말을 타면서 소 떼를 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립자연재해감시센터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인 아마조나스를 비롯해 마투그로수, 상파울루, 파라나, 리우데자네이루, 바이아, 이스피리투산투, 마라냥 등 사실상 전역에서 가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했다.

도심도 가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 브라질 인구 최대 밀집 지역(4400만명)인 상파울루주에서는 최근 산불이 주택 단지 인근까지 번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브라질 정부는 방화로 인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불이 삽시간에 번졌다.

국립우주연구소는 지난 22∼23일 상파울루주에서 2316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 한 달 전체 화재 발생 건수보다 7배 가까이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가뭄 지역의 주민들은 올해 들어 식수가 부족해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국립자연재해감시센터에 “공기가 너무 건조해서 숨쉬기 힘들다”는 신고를 하기도 했다. 산불로 상파울루 상공이 연기로 가득 차거나, 강이 마르면서 동물이 사망하는 사례도 잦아졌다. 저수지의 물이 부족해 수력발전에 비상이 걸렸다.

G1은 2023년 6월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가 일어나면서 장마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극심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북대서양 해류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면서 강수량마저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고 했다.

아나 파울라 쿠냐 국립자연재해감시센터 연구원은 “이렇게 장기간의 가뭄이 관찰된 것은 정부가 모니터링을 한 이래 처음”이라며 “이(가뭄) 시나리오가 오래가면 (자연환경을) 복구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G1에 말했다.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브라질 마투그로수두술주 코룽바 판타나우 습지에 불에 탄 악어 사체가 누워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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