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깬 김부겸, 친문 품은 김동연…비명계 때가 왔다
10월 이재명 사법리스크 분기점…비명계 활동 범위 커져 주목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이재명 일극 체제'에서 목소리를 낮췄던 민주당 대권 잠룡들이 침묵을 깨고 정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재판 선고를 2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비명계 (비이재명계) 규합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정치계에 따르면 김부겸 전 총리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출연해 그간의 잠행을 깨고 정치 활동 재개를 알렸다. 그는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으나, 전날을 기점으로 향후 방송 인터뷰와 강연 등을 중심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예정이다. 또한 싱크탱크 '생활정치연구소'와 외곽 조직망인 '새희망포럼' 운영을 맡아 정책 비전을 다듬어갈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에 맞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 또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면서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다.
김 지사는 전날 친문계 핵심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이외에도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청와대 비서관과 법무부 장관으로 일한 김남수 경기도 정무수석과 강금실 경기도 기후대사 등도 김 지사 도정에 포진해 있다.
전 위원장은 전날 위촉식 뒤 기자들을 만나 '대선 후보군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가교 구실을 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후원하는 역할 아니냐는 해석을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이번 도정 활동이 대권을 향한 '장외 레이스'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다.
김 지사는 최근 김대중 생가를 방문, 추도식에 참석하면서 민주당의 근간이자 '김대중 정신'을 설파하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적통성은 이재명 대표의 약한 고리로 지적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앞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해병대원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김 지사는 조만간 경제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 TV'에 출연해 세제 정책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힌다고 한다.
최근 비이재명계 주요 대권 잠룡들이 정치 행보에 나선 배경에는 임박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9월에 결심 공판이, 이르면 10월쯤에는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1심에서는 형이 확정되지는 않지만, 만약 각 사건 1심에서부터 벌금 100만원 이상·금고형 이상의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선고가 나올 경우 그 자체로 이 대표 리더십에 상당한 후폭풍이 일 예정이다.
이 경우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사법 리스크가 부각돼 이재명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현재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친노·친문계 의원들에게도 재기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했던 비명계 의원들도 움직이고 있다. 박광온·강병원·김철민·박용진 등 비명계 의원 10명은 원외 모임 '초일회'를 결성해 최근 장외 세력 결집화에 나섰다. 최근 재정비를 마친 친문계 연구모임 '민주주의 4.0'의 행보도 관심 대상이다.
친명계 내에서는 아직 크게 동요하는 모습은 없다. 현재 당내에 이 대표 이외의 강력한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우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경수 전 지사 복권, 김부겸 전 총리 정치활동 재개에 대해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 혼자 뛰어왔다. 김경수 지사, 김부겸 전 총리 같은 분들이 함께 뛰어주면 힘이 날 것"이라며 "정치에서 적절한 경쟁자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a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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