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도움 없이도 잘 나가는 '유어 아너', 그 괴력은 어디서 나오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요즘 같은 시대에 OTT 없이도 될까 싶었지만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는 그것 역시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는 작품이 됐다. 첫회 1.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드라마는 5회까지 계속 상승해 3.8%까지 올랐다. 물론 여전히 시청자들의 불만은 존재한다. 본방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 선택적 시청이 일반화된 시대가 아닌가. 그런데 <유어 아너>를 보기 위해 지니TV 편성표를 들여다보고 놓친 회차는 재방송을 기다렸다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라니.
<유어 아너>의 이 시대를 역행하는 괴력은 작품이 쉴 틈 없이 이어 놓은 팽팽한 대결구도와 긴장감에서 나온다. 드라마는 '갈등'이라고 하던가. <유어 아너>는 그 교본에 가까운 갈등과 대결구도를 시작부터 현재까지 쉬지 않고 꺼내놨다. 송호영(김도훈)이 저지른 뺑소니 사건은 그 첫 기폭제이고, 그 후에는 가해자의 아버지인 송판호(손현주) 판사와 아들을 잃은 피해자의 아버지 김강헌(김명민)의 내적 갈등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교차됐다.
아들이 저지른 사건의 증거들을 하나하나 지우려는 송판호의 살 떨리는 은폐 과정과 그걸 남다른 정보력으로 모두 파헤치며 점점 진실에 다가와 송판호의 목줄을 쥐게 되는 김강헌의 추적 과정이 그것이다. 송판호는 친구인 국회의원 정이화(최무성)에게 증거인 자동차를 처리해달라 부탁하고, 그 과정에서 이 일에 부두파 조직이 개입되면서 김강헌과 부두파 보스 조미연(백주희)과의 대결구도도 형성된다. 물론 일방적으로 김강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지만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 조미연 역시 어떤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여기에 변수로 김강헌의 아들 김상혁(허남준)이 등장하고,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에 감정을 참지 못한 그는 부두파 조직원들을 살해한다. 마침 그 현장에 숨어 있던 이청강(박우영)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김상혁을 영상으로 찍어 그 증거를 장채림(박지연) 형사에게 넘긴다. 이 일로 김상혁은 결국 경찰에 체포되는데, 그것이 김강헌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한 송판호가 살 수 있는 동아줄이 된다. 자신을 살려주면 김상혁이 무죄를 선고받게 해주겠다고 거래를 하는 것. 김강헌은 송판호를 옭아매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게 하고 그걸 영상에 담아 놓는다. 이로써 김강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김강헌의 개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기에 또 다른 변수로서 강소영(정은채) 검사가 등장한다. 김강헌을 과거 감옥에 넣기도 했던 이 인물은, 송판호마저 수중에 넣고 좌지우지하는 이 판에 들어와 김강헌과 대치상황을 만든다. 한편 송판호는 궁지에 몰린 자신의 상황을 정이화에게 알리고, 정이화는 조미연을 부추겨 김강헌을 제거하려 하는데 이 사실은 금세 김강헌에게 들통난다. 그래서 또 다시 송판호는 김강헌 앞에 끌려가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마침 강소영이 방화사주 혐의로 김강헌의 아내인 마지영(정애연)을 체포하면서 둘 사이의 대결구도가 다시 생겨난다. 즉 아들에 이어 아내까지 체포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김강헌과 송판호의 체스게임 같은 대결이 계속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유어 아너>의 괴력은 촘촘하게 쌓아올린 대결구도에서 나온다. 시청자들은 매 장면마다 느껴지는 그 대결의 긴장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시간 순삭의 경험을 하며 드라마를 보게 된다. 갈등을 계속 이어 놓는 대본의 정교함 위에서 손현주, 김명민은 물론이고 허남준, 정은채, 최무성, 백주희, 박지연, 정애연 같은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가 펼쳐지니 그 몰입감은 배가 된다. 이러니 OTT 없이도 시청자들이 본방과 재방을 기다려 찾아보는 기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아쉬움은 있다. 그건 만일 OTT까지 활용해 일종의 시청방식의 선순환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 같은 OTT를 통해 방영되면서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터졌고 그 힘은 본방을 찾아 기다려 보는 선순환을 만든 바 있다. 최고시청률이 무려 17%까지 치솟으며 ENA 채널 사상 기록을 만든 건 그래서다. <유어 아너>도 OTT를 함께 활용했다면 이만한 파괴력을 보이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이 본방에 재방을 챙겨보면서도 남는 아쉬움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지니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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