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정치인' 고문 거취에 쏠린 눈… 류진 회장 결단은

이한듬 기자 2024. 8. 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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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잇단 회비 납부 속 정경유착 근절 위한 '인적 쇄신' 요구↑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4월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4대 그룹이 잇따라 한국경제인협회 회비 납부를 결정한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인적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경협이 정경유착 근절을 선언한 이상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내부에 정치권과 밀접한 인물을 둬선 안된다는 요구이다. 이에 정치인 출신 김병준 상근고문의 거취에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4개 계열사는 조만간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와 시점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정기회의를 거쳐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회원으로서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비 납부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결정한 데 따른 조치이다.

준감위의 결정에 따라 삼성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에 이어 4대 그룹 중 세 번째로 한경협 회비를 결정한 곳이 됐다. LG그룹도 현재 연내 회비 납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대 그룹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직후 한경협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다. 지난해 전경련이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해 한경협으로 새 출발하면서 다시 회원사로 복귀했지만 회비 납부는 하지 않아 형식적인 복귀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4대 그룹이 회비를 모두 납부하게 된다면 한경협 회원사로 실질적 복귀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회원사가 축소되고 회비가 크게 줄어들어 운영에 애로를 겪어왔던 한경협은 4대 그룹의 실질적 복귀를 통해 쇄신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재계 원조 맏형'으로서의 위상 회복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삼성 준감위가 회비 납부의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준감위는 "앞으로 한경협에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하라"고 권고했다.

준감위는 한경협의 근본적인 '인적 쇄신' 필요성도 언급했다. '인적 쇄신'의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정치인 출신 김병준 고문을 겨냥한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김병준 고문은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 다양한 보직에 임명된 인물로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한경협 회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했고 류진 회장이 선임된 이후엔 고문으로 남아있다. 한경협은 지난해 내부 공사를 통해 김 고문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월급을 비롯해 개별 차량과 일정의 활동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단체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며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연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저는 회의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인 출신이 계속 특정한 업무를 하면 유해할 수 있고, 그렇다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면 회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예우를 받는 것이어서 무익하다"며 "정경유착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단'이 필요한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김병준 고문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다.

공은 한경협을 이끄는 류진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류 회장이 김 고문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김 고문이 직무대행 임기 종료 직후 한경협에 계속 남아 있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일자 류 회장은 김 고문을 감싼 바 있다.

당시 류 회장은 "앞으로 정치인을 앉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김 고문은)6개월 동안 전경련을 이끌었으니 예외 케이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고문이 과거에 정치를 했었지만 그런 인식에서는 좀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싶다"며 "6개월 간 지켜본 결과 배울게 많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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