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야, 내 1000원을 돌려줘 [유레카]

임지선 기자 2024. 8.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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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는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보고 행하던 업무를 비대면 서비스로 제공하는 무인 주문결제 단말기를 뜻한다.

카페, 음식점, 극장 등에서 키오스크를 빠른 속도로 도입하면서 '1년 새 4배 늘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2년 말 기준)는 소식과 함께 '국민 2명 중 1명, 키오스크 불편 겪는다'(한국소비자원)는 이야기가 나온다.

팔 모양의 로봇이 쉴 새 없이 커피를 만들고, 주문은 100% 키오스크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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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는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보고 행하던 업무를 비대면 서비스로 제공하는 무인 주문결제 단말기를 뜻한다. 카페, 음식점, 극장 등에서 키오스크를 빠른 속도로 도입하면서 ‘1년 새 4배 늘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2년 말 기준)는 소식과 함께 ‘국민 2명 중 1명, 키오스크 불편 겪는다’(한국소비자원)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새 키오스크는 이를 편리하게 쓰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를 가르는 기술의 상징이 되고 있다.

곡선과 전면유리가 어우러진 세련된 디자인의 서울시청 건물 1층에는 로봇 카페가 있다. 팔 모양의 로봇이 쉴 새 없이 커피를 만들고, 주문은 100% 키오스크가 받는다. 미래세대를 위한 친환경 철학 속에 커피를 팔 때는 1000원의 ‘컵 보증금’을 받고 다회용기(여러번 쓸 수 있는 컵)를 내준다. 다회용기를 다시 반납하면 보증금 1000원을 돌려준다.

얼마 전 로봇 카페의 키오스크 앞에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한 가족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었다. 로봇 카페가 신기해서 꼭 이용해보고 싶었다는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키오스크 주문은 성공했고 커피는 마셨단다. 문제는 컵 반환에 있었다. 컵을 반환하는 일도 별도로 담당하는 키오스크가 있다. 그 녀석은 컵을 반납하려거든 한국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라고 말한다. 해당 번호로 문자를 보내 돈을 송금해주는 형식이다.

한국 휴대전화가 없는 이탈리아 가족은 일단 컵 반납함에 컵을 넣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 쩔쩔매는 중이었다. 무심한 키오스크는 이미 컵을 받아먹고 입(컵 반납함)을 닫은 상황. 오지랖이 주특기인 인간이 나설 차례. 대신 내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해 1000원을 받고, 내게 있는 현금 1000원을 주겠노라 제안했다. 내게 1000원을 받아든 가족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기념 촬영을 하자고 했다.

좋은 추억으로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날카롭게 깨쳐보자 제안한다. 먼 나라 한국을 여행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이탈리아 가족도 첨단 기술의 효능 앞에 쉽게 약자가 됐다. 인간에게 꽃길만 펼쳐줄 것 같은 첨단 기술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르신, 이방인, 저소득층, 소수자 등을 곧잘 배제하고 뻔뻔하게 입을 닫아버리곤 한다. 더 멀리 가기 전에, 오지랖을 떨며 뛰어다니고 고민할 인간이 우리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임지선 전국부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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