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입장 엇갈린 한미약품 '대주주연합'과 형제…결국 "법대로?"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올해 초부터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갈등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번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투자유치를 두고 모녀와 형제의 입장이 대치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모녀와 형제가 올해 초 주주총회 소집을 두고 법정에서 다툰 일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모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개인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회장(이하 대주주연합)을 향해 투자유치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대주주연합이 제시한 전문경영인 체제의 구체적인 정의 △경영진 재편 사유 △투자유치 반대 사유 등을 설명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임종훈 대표 측에 따르면 대주주연합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13일 임시주주총회, 제3자배정 유상증자 관련 한미사이언스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임시 주주총회는 이사회 구성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하고 신규 이사 3인을 선임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사회 구성인 9명 중 형제 측 인사가 5명이라 신규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대주주연합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관련 내용증명에는 제3자배정의 유상증자를 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훈 대표 측은 "사실상 외부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그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 해석했다"고 말했다. 임종훈 대표 측은 대주주연합을 향해 '임시 주총의 취지를 분명히 해달라' '새로운 이사진 임명을 누구로 하겠다는 것이냐' 등의 질의를 보냈지만, 회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전부터 임종훈 대표는 "이유를 모르는 상황에서 임시 주총을 여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동시에 가족 화합에 대한 희망도 품고 있었다. 임종훈 대표 측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가족 네 명이 손을 잡으면 외부 투자 유치, 구주 매각 등 방법은 있다"며 "합심해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안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성/그래픽=이지혜

하지만 대주주연합 측은 여전히 이사회 소집 등 임시 주총 개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모녀가 형제의 말대로 하겠다는 극적인 상황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법적 대응하지 않겠냐"고 했다. 이어 "내부 직원들은 오너 일가의 분쟁이 길어져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신 회장이 가족을 화합시키는 어른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편을 가르는 것 같다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임종훈 대표를 포함한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유리한 상황이지만 대주주연합 측이 상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직접 주총을 소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 측 변호사는 "(임종훈 대표의 회신에 대해)구체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대주주연합은 내달 3일 연합 내분 지분 거래 완료를 앞두고 있다.

한편 오너일가의 분쟁으로 주가 횡보가 이어지자 소액주주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경영권 분쟁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주주들 사이에선 '누구든 빨리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며 "일부 주주들은 '신 회장이 괜히 변심해서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단비 기자 kdb@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