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간거래 취소, 자율조정 '무산'… 금감원, 분쟁조정 여부 따져본다
이달 초 폭락장에서 발생한 미국 주식 주간거래 취소 사태와 관련한 투자자와 증권사 간 자율조정이 무산됐다. 증권사들이 보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려서다. 증권사에 앞서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테크놀로지스(블루오션)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자율조정이 무산됨에 따라 분쟁조정 대상 여부인지를 따져본다.
증권사들은 외화증권 매매거래 계좌 설정 표준약관상 면책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천재지변·전시·사변이나 여기에 준하는 불가항력으로 인정된 사유에 따른 매매 집행 지연 또는 불능에 의한 고객 손해에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블루오션의 일방적인 거래 취소로 촉발한 이번 사태에서 귀책 사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2주간 자율조정이 무산되면서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갔다. 증권사들이 고객 보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를 금감원에 보고하면 분쟁조정 대상인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대규모 주간거래 취소 사태는 처음 벌이진 일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참고할 선례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 대상이 되기 위해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동일한 법규 위반이나 중과실 등으로 손해액이 발생해야 한다"며 "손해액이 있어야 배상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여기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분쟁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일부 투자자는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집단소송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커지면서 주간거래 중단 기간도 길어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14일 주간거래 서비스를 중단하고,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시스템 장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송했다.
최근 블루오션은 미국 법령에 따라 주문 취소에 대한 보상 책임은 없다는 답변을 금투협에 보냈다. 이번 사태를 보고받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금융산업규제국은 별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오션은 이달 말까지 시스템 개선을 단행하겠다며 국내 증권사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블루오션 거래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금투협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주간거래가 가능한 ATS는 블루오션이 유일해 차선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블루오션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루오션이 문제가 없도록 시스템을 확충한다지만 비용과 인력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미국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증권사가 주간거래 서비스를 포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5일 블루오션은 거래체결시스템 셧다운으로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 거래를 일괄 취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 19곳에서 6300억원(약 9만계좌) 규모의 거래 취소 금액이 발생했다. 블루오션을 통한 거래는 미국 기준 오버나이트 세션(오버나이트)에 해당하는 장외 시장으로 분류된다.
블루오션의 일방적인 거래 취소 당시 증권사들은 주간거래를 중단하고, 주문 취소 및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증권사마다 작업 완료 시점이 달랐는데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등의 경우 미국 증시 정규 거래가 시작될 때까지 주문 접수를 재개하지 못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정규 거래까지 매매 중단이 이어져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했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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