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화작가는 왜 '카지노 도시'에 책방 열었나 [컬처노믹스: 내사랑사book]
대한민국 문화혈관 복구 프로젝트 8편
현장 탐방 3편 내사랑사book
엄마표 회복론과 지역경제 소생
3만3800여명 사는 강원 정선
탄광에서 레저타운 된 사북
지역 산업체 늘었지만 인구 감소
로컬리즘 살리려는 작가의 시도
사북은 정선 최대의 탄광지였다. 지금은 카지노와 스키장으로 대표되는 관광지다. 과거 탄광지로서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관광지로 탈바꿈한 덕분에 삶의 터전은 지킬 수 있었다. 사업체도 계속 늘고 있고 종사자도 증가했지만 역설적으로 인구는 감소했다. 왜일까.
강원도 정선군은 1960~1980년대 대한민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다. 전성기 땐 인구가 14만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석탄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지금 인구는 4분의 1토막(3만3808명) 났다. 사북으로 좁혀서 보면, 1979년엔 인구가 5만명을 넘어서 시 승격이 고려됐다. 지금 인구는 4282명으로, 90% 이상 줄었다. 정선군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건 이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정선군의 소멸위험지수(가임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인구 수로 나눈 값)는 0.167이다. 0.2 미만인 '소멸 고위험' 지역은 전국에 57곳이 있는데, 정선군이 그중 한곳이다. 정선군은 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선정한 '인구감소지역'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의 이유 중 하나는 '생활사막'이다. 생활사막이란 인구가 줄면서 식당ㆍ제과점ㆍ세탁소ㆍ미용실 등 생활편의시설이 불편할 정도로 사라져 생활의 사막화가 일어나는 걸 말한다. 보통 의식주 문제다.
하지만 사북은 2000년 들어선 카지노를 중심으로 관광도시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1996년에서 2005년까지 10여년간 정선군 폐광지역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카지노ㆍ스키ㆍ골프장ㆍ휴양ㆍ청소년 시설 등 지역 특화사업을 추진했다. 기반 시설과 도시 환경 개선 등에는 1조2092억원을 쏟아부었다. 탄광은 닫았지만 많은 이들이 사북을 카지노ㆍ스키장에 가기 위해 방문한다.
덕분에 2011년 123개였던 도소매업은 2022년 191개로, 2011년 176개였던 음식점은 2022년 194개로 증가했다. 엄밀히 따지면, 생활사막 현상이 사라졌다는 건데, 그런데도 끊임없이 인구는 감소하는 이유는 뭘까.
이 질문의 답은 올해 사북에 생긴 어린이 책방 '내사랑사book'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내사랑사book은 어린이 동화작가인 신종숙씨가 열었다. 신씨는 "독서문화 운동을 위해 서점을 열었다"고 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엄마표 교육'이 목표다. 신씨가 생각하는 사북의 인구소멸의 주요 원인은 교육과 문화다. 누구보다 자녀를 잘 기르고 싶은 부모들이 사북을 떠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신씨가 생각해낸 게 '엄마표 교육'이다. 직접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의 영어를 가르치고 학부모를 모아 '엄마표 영어 교육법'을 가르친다. 일종의 교육 공동체를 지향하는 내사랑사book에선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품앗이를 할 수 있는 공동체의 부활을 꿈꾼다.
신씨의 또다른 목표는 '문화 회복'이다. 이를테면 지역다움(로컬리즘ㆍLocalism)의 부활을 통해 소멸의 물길을 돌려놓자는 거다. "아버지는 광부였고, 어머니는 탄광 세탁소에서 일했어요. 그러다보니 전 사북을 사랑합니다."
신씨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고찰했다. "그래서 전 사북다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 주민이든 이곳을 찾는 사람이든 사북을 사랑하게 된다면 '소멸'의 자리를 '활력'이 차지할 겁니다."
신씨는 사북 스토리로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사북 지역에 얽혀 있는 스토리와 이야기를 발굴해 만든 일종의 여행 가이드북이다. 사북에 살 사람을 위한 역사책이기도 하다. 책은 다양한 사북의 공간을 소개한다. 예컨대 도롱이 연못이 있다. 탄을 캐던 갱도가 지반 침하로 주저 앉아 만들어진 생태 연못이다.
광부의 아내들은 도롱이 연못에 가서 남편의 안녕을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로드 가이드북을 보고 트레킹을 하러 이곳을 찾는다. 신씨의 작은 발걸음이 불러온 변화다. 사북스토리의 컬처노믹스가 시작됐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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