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봐주기 수사', '수배범도 놓치고'…신뢰 잃는 검찰
검찰수사관들 지명수배자 눈앞 놓치며 수사력 '도마'
경남지역에서 검찰이 좀처럼 시민들의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다. 검사가 불기소 처분에다 백지구형까지 했던 지자체장이 결국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수사관들은 눈앞에서 지명수배범을 놓치면서다.
거제시장 불기소·백지구형 검찰…2심서 태도 바꿨지만 상고는 안해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시민들의 비판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검찰은 꿈쩍하지 않았고 거제시장에 당선된 뒤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같은해 11월에서야 박 시장을 형식적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박 씨와 A씨 등만 기소하는 석연치않은 수사 결과를 내놨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선택적 봐주기 수사"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박 시장은 무혐의로 사건이 끝날 줄 알았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는 지난해 6월 거제선관위가 박 시장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한다며 청구한 재정신청을 심리 6개월 만에 인용했다. 박 시장은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음 법정에 섰다. 박 시장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10월까지 SNS 홍보 등의 대가로 박 씨와 공모해 1200만 원을 A씨에게, 100만 원을 A씨의 친척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검찰은 이같은 혐의 내용을 담은 공소장을 작성하면서도 1심 법원에 '재판부가 판단해달라'는 백지구형을 했다. 당시 재판장이 법정에서 "그런 구형이 가능한가"라고 물을 만큼 검찰의 이례적인 행태였다.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결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으로 당선무효형이었다. 다만 1300만 원 중 300만 원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1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박 시장은 이에 300만 원도 건넨 사실이 없다며 사실오인 등으로 항소했고 검찰은 올해 6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박 시장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구했다. 1심 판단대로 항소심 재판부도 박 시장이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고 선고해달라는 의미였다. 이는 사실상 유죄 구형이나 다름 없기에 박 시장 사건을 불기소 처분에다 백지구형을 내렸던 검찰의 태도는 완전 돌변한 것으로 해석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심 판단을 존중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시장을 버렸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박 시장은 이어 이달 23일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3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금품 제공 액수가 줄어들면서 감형되기는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시장이 박 씨에게 돈을 주고 박 씨가 A씨에게 200만 원을 제공했다는 A씨의 주장이 일관된 점, 박 씨가 200만 원을 A씨 부친으로부터 돌려받는 영상과 녹취록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박 시장은 여전히 박 씨와 A씨에게 돈을 제공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 전반에 대해 통영지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총평이라고 할 게 있나. 1심에서 백지 구형을 하기는 했지만 법원 판결에 이의 없고 존중하며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유죄 취지로 (피고인) 항소 기각 요구를 하기도 했다"며 "항소심 판결에서도 당선무효형이 나온 만큼 상고하는 데 실익이 없다고 보고 대법원에 상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수사관들은 지명수배자 눈앞 놓치며 수사력 '도마'
검사들 외에 검찰수사관들의 수사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명수배자를 코앞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관이란 검사를 보좌해 범죄 수사 등을 하는 검찰직 공무원을 말한다.
창원지검 소속 검찰수사관 4명은 지난 9일 오후 창원 상남동 한 모텔에서 지명수배자 손모(50대)씨 검거에 실패했다. 손 씨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흉기 인질극을 벌이면서다. 수사관들은 당시 현장에서 당황했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손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비상구 계단을 통해 달아났다. 목격자 일부는 "수사관들이 물끄러미 쳐다만 봤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 CCTV영상을 보면 수사관들 중 1명은 포기한 듯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손 씨가 도주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고 또다른 수사관은 긴 치마 형태의 하의를 입고 있어 뒤쫓기에도 불편해보이는 복장이기도 했다. 이들 수사관들은 해당 모텔에 손 씨가 투숙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고 급습했기에 "문을 열라"고 하면 순응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씨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던 중 지난 1월 법원에서 3개월간 병 치료 목적으로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교도소로 복귀하지 않아 지명수배가 내려진 인물인 점, 게다가 강간 등 혐의로 복역한 것으로 알려져 중범죄 위험성이 있다는 점 등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방심하며 검거에 나선 결과였다. 전반적으로 안일한 수사 행태였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 류모(40대)씨는 "긴장감 없이 수사를 하다 벌어진 촌극"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도내 한 형사는 "둘이 연인이었던 점을 감안해 분리조치를 시켜야 했다"고 수사 행태를 지적했다. 손 씨는 도주한 지 이틀 만인 11일에 자수했고 창원교도소에 구속됐다.
이 사건 전반적인 상황과 관련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확인 중에 있으니 잘잘못이나 징계 유무 등 절차에 대해서는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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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이형탁 기자 ta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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