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가 만난 사람] LCK 이은빈 아나, "합격했을 때 어머니와 같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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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방송국에서 아나운서가 필요하면 아나운서 아카데미 학원에 후보를 추천받은 다음 거기서 테스트를 거쳐 인원을 뽑았다. 과거 KBSN이 걸 그룹 클레오 출신인 공서영을 뽑는 파격 행보를 보였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기에 아나운서 쪽에서는 이런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를 놀라워했다.
이번 LCK 신입 아나운서 공개 채용에는 수천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테스트에는 남자 아나운서도 몇 차례 통과한 걸로 알려졌는데 최종적으로 뽑힌 이는 이은빈 아나운서였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이은빈 아나운서는 기상 캐스터 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TBN 전북 교통방송 교통 캐스터서 짧게 근무했다. 교통 캐스터는 방송이 아닌 라디오 방송이었기에 방송으로 아나운서 데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약간 막연한 꿈이었죠.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들 그런 생각 하잖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인다'라고. 왜냐하면 저도 뉴스를 많이 봤는데 내용을 전달하는 자체가 너무 멋있어 보인 거에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마케팅 공모전도 참가했고, 그 쪽 일을 해보고 싶어서 마케팅 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어요. 일반인들이 가는 흐름대로 지냈는데 회사를 다니다가 진짜 해보고 싶은 걸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아나운서 준비를 병행하게 됐습니다."
아나운서로서 첫 직장은 TBN 전북 교통방송이었다. 그래서 연고가 전북 쪽인지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경력이 중요해서 그냥 전주로 내려가서 살았지만 근무한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1년이 안돼서 회사를 나온 이유를 묻자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방송 화면에 나와서 소식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LCK에서 아나운서 공채 공고를 띄웠고 이은빈 아나운서는 그걸 보고 지원을 결정했다.
"처음 LCK 아나운서 공고가 떴을 때 들었던 생각은 'LCK 아나운서가 되는 사람은 좋겠다'라는 것이었어요. 저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지금까지 제가 알기에는 LCK가 공개 채용을 한 적이 없는 걸로 알거든요. 사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LCK 아나운서를 무조건 하고 싶을 거로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에요. 저는 방송이 아닌 라디오 경력밖에 없기 때문이죠."
일반 회사서 직장인이었다가 수 천대의 경쟁률을 뚫고 LCK에 들어온 이은빈 아나운서는 준비 과정을 거친 뒤 LCK 스프링 결승전서 데뷔했다. 라이엇 게임즈서 이은빈 아나운서가 LCK 스프링 결승전서 첫선을 보인다고 발표했을 때 개인 SNS 알람이 계속 울렸다고 했다. 그리고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본인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와 같이 울었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제 주변에 LCK 팬들이 진짜 많고 부모님도 많이 좋아해 줬어요. 어머니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즐겨보는데 T1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두 번이나 출연했잖아요. 그래서 e스포츠가 무엇이고 선수가 누가 있는지 대략적인 건 알고 계세요. 면접도 한 달 조금 넘게 진행됐어요. LCK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려고 했는지 테스트에서는 즉석 인터뷰도 있었고 직접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는 과정도 있었어요. 그런 역량을 좋게 봐준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LCK 여성 아나운서가 데뷔할 때마다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다. 호불호가 갈렸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아나운서가 인터뷰할 때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e스포츠 지식 없이 준비했다는 비난도 종종 있었다. 윤수빈 아나운서와 이정현 아나운서가 합류한 이후 이런 부분은 조금 사라졌지만 이은빈 아나운서가 데뷔한다고 했을 때 이런 걸 지켜보겠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부담감 엄청 많았어요. 전 LoL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게이머, 전 프로게이머, 현장에서 오래 일한 PD, 작가 님과 같이 일하면서 느낀 건 제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거에요. 그런 부담감이 많이 컸는데 부담감만 갖고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두렵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다. 이런 반반의 마음을 갖고 일을 한 LCK 스플릿도 이제 플레이오프와 경주에서 벌어질 예정인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방송을 하면서 많은 팬도 생겼고 '엔딩 요정'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윤수빈 아나운서가 경기할 때마다 풀 세트 경기가 나와서 '꽉수빈'으로 불렸다면 본인은 할 때마다 경기가 일찍 끝난다고 해서 '칼퇴 요정'으로 불린다. 딕션(발음과 음성을 의미)을 들은 관계자들은 배혜지 아나운서와 비슷하다는 말도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너무 감사한 게 기상 캐스터 아카데미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들이 저한테 '배혜지 아나운서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영상을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라는 말을 생각보다 많이 들었어요. '제2의 배혜지'라고 들으면 저로서는 정말 영광입니다. 사실 (배)혜지 언니와 같이 일하게 된 뒤 부담스러워할 거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안 했는데 제 입장서는 너무 좋았어요."
LCK 스프링 결승전서 데뷔했지만 밖에서 팬들을 만나는 인터뷰 어로서 활동했기에 이번 경주에서 열리는 LCK 서머 결승전은 본인으로서 처음 경험하는 야외 행사다. 이에 대해 이은빈 아나운서는 작년 한국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한국 선수 뿐만 아니라 외국인 팬들까지 정말 많은 관중이 있었고 혜지 언니와 (윤)수빈 언니도 메인 무대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전 아직 안 해봤잖아요. 저도 정말 열심히 해서 인터뷰를 할 때 선수들을 빛낼 수 있는 인터뷰 어가 되고 싶다는 큰 욕심을 갖고 나아가려고 해요. 롤파크서도 인터뷰하는 거 정말 떨리거든요. 쉽지 않을 거 같긴 하겠지만요.(웃음)"
"딱히 롤 모델을 정해두는 건 아닌데 영상을 많이 보고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던 아나운서는 혜지 언니가 맞아요. 그래서 혜지 언니를 보면서 더욱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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