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산전수전 그래도 선발자책 1위···‘스무고개’ 넘는 KIA의 마지막 문제풀이
선발투수 부상 이력만 놓고 보면 KBO리그 잔혹사에 남을 만큼 사연이 많았다. 외국인 에이스로 주목받던 크로우가 가장 먼저 전열에서 이탈하더니 좌완 이의리가 지난 6월 수술대에 올랐고, 또 다른 좌완 윤영철도 척추 피로골절로 정규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여기에 실질적인 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네일이 지난 주말 창원 NC전에서 타구에 맞아 턱관절 골절로 정규시즌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정규시즌 개막 출발선을 돌아보자면 이제 남은 주축 선발은 베테랑 양현종뿐. 선발진 공백이 수시로 생기다 보니 올시즌 선발 마운드에 한 차례 오른 투수가 무려 12명이 된다.
이쯤 되면 선발진이 붕괴 수준에 가까웠지만, 관련 수치는 달랐다. KIA는 26일 현재 선발 평균자책 4.05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선발 자책 1위의 위용이 곳곳에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기록에는 올시즌 산전수전 힘들었던 KIA 선발진 내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KIA는 올시즌 선발 평균이닝이 4.2이닝으로 리그 하위권이다. 선발투수들이 경기당 84.7구만을 던져 8위에 머물렀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는 35회로 9위에 머문 데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 이하)도 8회로 8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KIA는 무엇으로 선발 자책 1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KIA 선발진이 약세를 보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장타 억제력이 도드라진 덕분이었다.
KIA 선발진은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1로 6위로 밀리면서 위기를 맞는 횟수가 적잖았다. 그러나 피안타율 0.267로 공동 2위를 기록하고, 피OPS 0.736으로 2위에 오르는 등 상대팀 화력을 비교적 잘 피해 갔다. 특히 피장타율은 0.403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0.393)과 LG(0.398)를 제외하면 가장 좋았다. KIA 선발진은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이 1.11로 가장 높았다. 장타를 억제할 수 있던 요인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리그 전체 뜬공 대비 땅볼 비율은 0.96이다.
KIA는 개막 이후 선발진 운용만 놓고 보면 위기의 연속이었다. 크로우에서 대체 외인 알드레드 그리고 라우어로 다시 바뀌는 과정도 요란했다. 그러나 KIA는 그럴 때마다 십시일반 전술로 선발 평균자책 1위를 유지할 만큼 고비를 잘 넘어왔다. 어쩌면 KIA 선발진은 ‘스무고개’의 마지막 문제 풀이에 들어가 있다.
그간의 선발진 줄부상 중에도 가장 치명적으로 보이는 네일 공백 기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 선발 운용법도 마련해야 한다. KIA에 이은 선발 자책 2위 팀은 4.33의 삼성. 적어도 KIA 선발 자책 1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또 한번 위기 탈출에 성공할 것일 것이다.
KIA는 27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2위 삼성과는 5.5게임차를 보이며 잔여 23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는 ‘18’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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