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인 듯 평면 아닌…회화의 본질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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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평면을 그렸지만 이것이 평면은 아닙니다."
절제된 색과 구조, 수평·수직선 등으로 평면을 분할한 기존 기하추상회화는 물론, 올과 올 사이로 빛이 투과되는 린넨에 비치는 캔버스의 알루미늄 지지체를 회화적 공간 분할의 요소로 활용한 근작까지 약 20점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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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성·분할 연구 신작 20여점
사각형의 캔버스 공간을 가르는 선, 선과 선이 만나 이룬 점과 면. 이교준 작가(69)는 줄곧 이런 평면적 요소만을 그려 회화의 평면성과 공간 분할을 연구했다. 그가 50여 년 간의 기하추상회화 작업 끝에 다다른 곳은 평면을 통해 구현한 3차원의 ‘실재’하는 공간이었다. 원근과 입체감을 살린 가상의 3차원 공간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라, 캔버스 린넨 위에 그려진 평면적인 화면과 그 아래로 비치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회화의 또 다른 요소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교준 작가의 개인전 ‘Beyond the Canvas(캔버스 너머)’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오는 9월 28일까지 열린다. 절제된 색과 구조, 수평·수직선 등으로 평면을 분할한 기존 기하추상회화는 물론, 올과 올 사이로 빛이 투과되는 린넨에 비치는 캔버스의 알루미늄 지지체를 회화적 공간 분할의 요소로 활용한 근작까지 약 20점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김혜경 피비갤러리 대표는 “오는 9월 2~9일 북촌 한옥 호호재에서 진행되는 특별전 ‘Kyojun Lee: Selected Works’과의 병행 전시로, 이교준 작업의 건축적·한국적 요소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오래도록 회화의 주요한 정체성 중 하나로 인식됐던 ‘그리는 행위’ 없이 2차원 평면 안에서 오로지 점·선·면만을 활용해 3차원 공간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왔다. 또 다른 세계와의 연결을 의미하는 ‘Window’ 연작, 사각형 박스 안에 합판 조각을 겹겹이 쌓아 공간을 분할한 ‘Void’ 연작이 대표적이다. 절제된 색과 구조로 이뤄진 이교준의 정연한 작품들은 ‘회화의 평면성이란 무엇인가’처럼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캔버스 지지체를 회화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새롭게 선보인 ‘Untitled’ 연작과 관련해 이 작가는 “캔버스에 쓸 천을 주문했는데 천이 잘못 짜여져 지지체가 비치더라.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성기게 짜여진 천에 작업을 하면서 실험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오히려 평면적인 요소만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Untitled’ 시리즈는 기존 ‘Window’ 연작과 형태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거뭇거뭇하게 비치는 캔버스 지지체가 화면을 분할하는 또 다른 직선으로 등장해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 뒤 공간을 인식하게 해준다. ‘평면이지만 평면이 아니다’라는 말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가장 단순한 것이 모든 걸 담을 수 있다”는 이 작가의 평면과 분할에 대한 화두는 많은 이들이 당연시여기는 것들을 뒤집어 보고, 이를 통해 본질을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게 한다. 이 작가는 “평면의 캔버스 위에 구현되는 회화는 평면 그 자체로 미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감으로 만든 환영, 환상적인 장면이 아니라 평면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분명 있다”며 “그림을 통해 무엇을 사유하고 어떤 것을 인식하게 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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