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뇌의 역사

장윤서 기자 2024. 8. 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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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소셜 미디어에서는 '피자게이트' 음모론이 퍼지며 파문이 일었다.

피자게이트란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진영 관계자가 워싱턴 D.C의 코멧 핑퐁이란 피자 가게를 거점으로 아동 매춘 및 인신매매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이자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석좌교수인 조엘 딤스데일이 쓴 '세뇌의 역사'는 중세 시대 종교재판부터 스탈린의 여론조작용 공개재판, 한국전쟁, 사이비종교 등 역사적 사건 속에서 발현된 세뇌의 사례들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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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서 ‘피자게이트’ 그리고 가짜뉴스까지
세뇌의 역사./에이도스 제공

2016년 미국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소셜 미디어에서는 ‘피자게이트’ 음모론이 퍼지며 파문이 일었다. 피자게이트란 ‘미국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진영 관계자가 워싱턴 D.C의 코멧 핑퐁이란 피자 가게를 거점으로 아동 매춘 및 인신매매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당시 이로 인해 피자 가게는 수백 건의 협박을 받았고,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28세 남성인 에드거 메디슨 웰치는 소총을 소지한 채 워싱턴 DC로 찾아와 가게에 총을 난사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 당국자들이 아동 성추행과 학대를 동반한 악마숭배에 연루됐다고 하는 소셜 미디어의 게시물을 믿느냐고 물었다. 트럼프 지지자의 46퍼센트, 심지어 클린턴 지지자의 17퍼센트가 믿는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인간이 세뇌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음모론을 진실로 받아들이거나,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이는 사례들이 수없이 많다. 한 인간의 자유와 의지에 반해 다른 생각을 갖게 하도록 강제하는 세뇌는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이자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석좌교수인 조엘 딤스데일이 쓴 ‘세뇌의 역사’는 중세 시대 종교재판부터 스탈린의 여론조작용 공개재판, 한국전쟁, 사이비종교 등 역사적 사건 속에서 발현된 세뇌의 사례들을 추적한다.

책은 잔혹한 고문부터 사상 주입, 기억의 제거와 복원, 납치, 사이비 종교의 집단 자살, 오늘날 가짜뉴스와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세뇌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그러면서 비인간적이고 구시대적 방식으로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인 세뇌가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세뇌’(brainwashing)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과 북한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사상 개조 프로그램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전략공작국(OSS)에서 심리전 전문가로 일했던 기자 에드워드 헌터다. 헌터는 중공군의 구금에서 풀려난 중국인과 미국인 등을 취재하면서 세뇌의 과정을 ‘외부에 잔악행위를 드러내지 않고 수감자를 살아 있는 꼭두각시, 분별없는 공산주의 자동 인형, 이른바 인간 로봇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으로 봤다. 이 용어는 매우 설득력이 있어 덕분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미국에서는 공산 진영의 세뇌 공작에 대항해 꺼낸 특단의 프로젝트도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과 북한에 억류된 미군 포로들 중 자유세계로 귀환하지 않은 군인들이 등장하면서, 추진된 실험이다. 1950~1960년대에 걸쳐 미국 진행된 이른바 ‘MK울트라 프로젝트’ 중에는 아파트를 빌린 후 매춘부를 고용해 고객에게 환각물질인 LSD를 탄 음료를 몰래 마시게 하거나 공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LSD(리서직산디에틸아마이드)를 뿌리는 실험이 진행됐다. 이는 LSD가 원하는 정보를 캐내는 데 효과가 있는지 보려는 것이었는데, 실험의 주동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었다.

세뇌를 하려는 역사는 매우 오래됐고,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중세 시대에는 교황의 권위를 세우고 이단을 굴복시키기 위한 종교 재판에서 세뇌가 시도됐다. 실험을 통해 행동을 조건화하려 했던 파블로프는 소련 공산당 정권의 후원을 받아 대규모 동물 실험, 인간 실험에 나선다. 현대사회에서는 냉전 시대와 같은 비인도적이고 노골적인 세뇌 기술의 개발은 어려워졌지만, 세뇌는 더욱 은밀한 방식으로 권위주의자와 자본과 권력을 유혹한다.

저자는 “세뇌라는 것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비과학적인 용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인간은 너무 쉽게 눈과 귀를 틀어막는 가짜뉴스에 속는다”며 “취약한 인간의 정신을 조작하기 위해 현대의 인지과학, 행동과학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조엘 딤스데일 지음 | 에이도스 | 452쪽 |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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