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문 닫는 건 30년만에 처음…지방 이어 서울도 곧 마비"
정부 "돌파구 마련"…현장선 "백약 무효, 추석 대란 불 보듯"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대증원 사태로 발생한 응급실 운영 차질에 대해 정부는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부 응급실에서 단축 운영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개 중 24시간 진료가 일부 제한되는 곳은 천안 순천향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3군데"라며 "순천향대병원과 단국대병원은 9월 1일부터 정상화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충남대병원도 인력 충원 방안을 협의 중이고 지자체도 적극 나서고 있어 조만간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며 "인력 손실이 있는 아주대병원 역시 신규 인력 충원 방안을 보건복지부가 1대 1로 협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병원들은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대거 사직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한 곳들이다. 전공의가 떠난 뒤 최소 인력으로 응급실을 지켜왔던 의료진들이 6개월이 지나자 그야말로 '나가떨어진 것'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14명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이후 최근 4명이 추가로 사의를 표명했다. 천안 순천향대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은 진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가 있을 때 교수까지 모두 17~18명이 돌아가던 응급실을 6개월간 교수진 7명만 돌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병이 생기거나 사직하게 되는 것"이라며 "톱니바퀴 돌아가듯 돌아가다 톱니 하나가 빠지니까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비단 언급된 병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충남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 번지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 제일 취약한 곳부터 문제가 터지고 주변과 전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다음은 서울 수도권 차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정부가 현재 상황을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한 데 대해 "그간 응급실 위기는 있어왔지만 30년 역사상 문을 닫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게다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너무 충격적인 일인데 정부는 '한두 개니까 문제없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정부가 전문의들이 사직하고 떠난 병원들에 대해 "곧 신규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방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어디선가 데려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다른 병원에서 데리고 와야 하지 않느냐"며 "그렇게 다른 병원들에까지 (인력 부족 문제가)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대책이라고 발표하지만 현장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응급의학과 교수도 "응급실에는 아무나 데려다 놓는다고 응급실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한정적인 인력풀에서 이쪽 사람이 저쪽으로 가면 이쪽이 문제가 생기고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상화를 시키겠다는데 이건 대단한 재주"라며 "문을 여는 게 정상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의료인이 생각하는 정상화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다. 5일간 이어지는 연휴에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것처럼 응급실 대란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주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에서 추석 연휴 때 집중해야 할 부분들 중심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놔도 응급실 마비는 피해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대 교수는 "경증 환자를 줄이고 응급실에 인원을 충원해 중증 환자를 다 받는다고 해도 결국 배후 진료 인력이 없으면 치료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식당에서 서빙 인원을 채워 밀려드는 손님을 받아도 뒤에서 요리할 의사가 없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의료진은 그저 절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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