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영의 無비하인드] "민식이 형, 땡큐 쏘 머치"…최민식, '티켓값 작심발언' 나비효과 이어질까

조지영 2024. 8.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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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민식이 형, 땡큐 쏘 머치!"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앤데믹 전환 이후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위기의 극장가가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혹자는 언제 어디서든 쉽고 저렴하게 볼 수 있는 OTT의 범람이 관객이 영화를 버리게 만든 원흉으로 말하지만 실상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티켓값부터 그렇게 자비 없이 올려버린 비싼 티켓값이 아깝게 느껴지는 저하된 작품성까지 덮어뒀던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곪아버린 영화계 부끄러운 치부를 '대배우' 최민식이 들춰냈으니 불편한 이들도 한둘이 아닐 터. 더구나 수억의 개런티를 받는 최민식의 내로남불식의 '티켓값 작심 발언'은 곧바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수순이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이었다. 이날 프로그램에 출연한 최민식은 데뷔 43년 차 중견 배우로서 '영화의 위기, 배우의 길'을 주제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1981년 연극 '우리 읍내'로 데뷔한 최민식은 1988년 개봉한 영화 '수증기'(최보영 감독)를 통해 충무로에 입성,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92, 박종원 감독) '넘버3'(97, 송능한 감독) '해피 엔드'(99, 정지우 감독) '쉬리'(99, 강제규 감독) '올드보이'(03, 박찬욱 감독) '친절한 금자씨'(05, 박찬욱 감독) '악마를 보았다'(10, 김지운 감독)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12, 윤종빈 감독) '신세계'(13, 박훈정 감독) '명량'(14, 김한민 감독) '파묘'(24, 장재현 감독) 등 세대를 불문한 수많은 흥행작과 명작 필모그래피를 가진 영화계 큰 어른이다. 특히 '명량'은 '이순신=최민식'이라는 이미지를 1761만명의 관객에게 심어주며 국민적 배우로 등극, 10년째 한국 영화는 물론 외화까지 통틀어 국내 개봉작 최고 흥행 기록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그가 모처럼 위기의 영화에 대해 솔직한, 그리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자리가 바로 '손석희의 질문들'이었다.

극장은 코로나19 이후 관객 감소로 인한 극장 전반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티켓값을 인상했지만 관객으로서는 갑작스레 인상된 티켓값이 여러모로 달갑지만은 않았다. 실제로도 티켓값이 인상되자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티켓값에 대한 뜨거운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이런 관객의 불만을 최민식도 모를 리가 없었다.

최민식은 이날 방송에서 "극장 영화 티켓값이 많이 올랐다. (티켓값) 좀 내려라"고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그는 "현재 영화 티켓값이 1만5000원인데, 그 정도 금액이라면 스트리밍 서비스로 여러 편의 영화를 보는 것이 더 낫지. (관객이) 발품 팔아 극장까지 가겠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갑자기 티켓값을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고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 즉 OTT 플랫폼에 대한 저격은 아니었다. 최민식 또한 지난 2022년 방영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로 25년 만에 드라마 장르로 컴백했고 이 작품을 통해 OTT 콘텐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OTT로 인해 영화업계가 위기를 맞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러닝타임의 제약이 있어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OTT는 시간 제약에서 벗어나 창작의 자유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환경을 탓할 수는 없다.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라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파급력은 엄청났다. "티켓값 좀 내려달라"라는 최민식의 작심 발언 방송 이후 인상된 극장 티켓값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금 여기저기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최민식을 지지하는 반응도 쏟아졌지만 반대로 수억원의 개런티를 받는 최민식의 태도를 문제 삼는 이들도 나타났다. 티켓값을 운운하기 전 개런티부터 인하하라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그중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가 날을 세웠다. 이병태 교수는 지난 20일 개인 계정을 통해 "최민식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극장을 위해 출연료를 기부한 적이 있는가?"라며 "가격을 내려서 관객이 더 많이 오고 이익이 늘어난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티켓값을 인하할 것이다. 팬데믹 동안 영화관은 부도 위기에 직면했는데 영화관을 자선사업으로 아느냐. 시장 가격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면, 세상에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영화진흥기금이라는 준조세를 포함해 당신이 1만5000원 이하로 사업할 수 있다면 직접 극장을 세워서 운영해 보라. 무지한 소리다. 세상에 가장 값싼 소리는 남의 돈으로 인심 쓰겠다는 주장이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의 쓴소리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극장은 관객에게 영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에 앞서 부가 서비스, 즉 팝콘 및 음료 그리고 굿즈 등을 판매해 큰 수익을 얻는 사업체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극장 내 인원 감축, 관객 하락 등으로 손해가 막심했고 여기에 수입원부자재 및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앤데믹 이후 티켓값을 인상해 그 손실을 맞춰가는 중이니 이것저것 묻고 따지지 않았던 최민식의 일방적 작심 발언이 불편했을 수 있다.

다만 이날 방송은 '배우 최민식'이 아닌 '관객 최민식'의 '작심 발언'으로 '무지한 소리'로 힐난할 일은 아니다는 게 영화계 시선이다. 실제로 극장은 한국 영화 위기 속에서도 스포츠 중계와 임영웅을 비롯한 가수 및 아이돌 콘서트 실황 영화를 개봉했고 여러 특수관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암암리 극장의 적자 경영이 흑자로 전환된 지도 오래다. 그 과정 속 여전히 아쉬운 건 일반 관객. 최민식은 이러한 일반 관객을 대변해 티켓값 인하를 이야기한 것이다.

가타부타 티켓값 인상을 두고 최민식과 이 교수의 공방 덕분에 인상된 티켓값에 대한 불만을 잊고 있던 관객과 대중들도 다시 의문을 품게 됐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이를 의식한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플렉스인 CGV가 가장 먼저 눈치껏 행동에 나섰다.

앞서 2014년 1월부터 정부 주도하에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지정해 일부 시간(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영화 티켓값을 할인해 왔는데 CGV가 이번 티켓값 인상 논란을 계기로 이를 한시적으로 확장해 나흘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지난 22일 발표한 것.

부산영화인연대, 수입배급사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여성영화인모임, 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이사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조합(SGK), 한국촬영감독조합(CGK)까지 영화산업 위기극복을 위해 뭉친 영화인연대가 가장 먼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영화인연대는 27일 "CGV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후 극장 티켓값의 절반 수준인 7000원에 볼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컬처 데이)'을 '컬처 위크'로 확대해 26일부터 나흘간 진행한다. CGV가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작사, 배급사와 협의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밝힌 점에서 환영한다"며 "영화인연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극장이 팬데믹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세 차례에 걸쳐 큰 폭의 티켓값 인상을 한 것이 영화산업 침체 및 관객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지적했고 최민식은 지난 17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서 극장 티켓값이 급격히 오른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영화인연대는 한국 영화산업과 생태계를 위해 영화 티켓값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준 최민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지지의 뜻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CGV '컬쳐 위크'와 관련, 해당 제작사·배급사의 부당한 권리 침해가 없었기를 바란다. 또한, 이런 이벤트는 단발성일 뿐 영화계와의 근본적 합의가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CGV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CGV를 포함한 극장 3사가 티켓값 인하, 불공정 정산 문제, 점점 심해지는 스크린독과점 해결을 위한 전향적 논의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최민식의 '작심 발언', 그리고 나흘간 진행되는 할인 이벤트가 고사(枯死) 위기를 맞은 극장가, 아니 실상은 한국 영화계에 당장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아주 작고 소박한 '상생'의 움직임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나비효과로 다시 영화 전성시대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특수 중의 특수였던 여름 시장, 2년째 죽을 써야 했던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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