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서울 상위권 대학 입학 정원, 지역별 할당하자”
한국은행이 대학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생 수를 반영해 뽑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도를 제안했다. 상위권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신입생 대부분을 지역별 학생 수를 반영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없이도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한 악순환을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27일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현 입시제도 관련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짚었다. 보고서는 현재 대학입시와 관련된 우리 사회 문제로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심화, 대학 내 교육 다양성 부족, 인구집중 및 저출산·만혼과 학생들의 정서 불안 등 3가지를 꼽았다.
우선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심화와 관련해서는 작년 기준 고교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고소득층(월 소득 800만원 이상)의 경우 97만원, 저소득층(월 소득 200만원 미만)은 38만원으로 2.6배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실증 분석 결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의 잠재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 효과로 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서울과 비서울 지역 학생간의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도 부모의 경제력, 사교육 환경 등을 포함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상위권 대학에 서울 출신 학생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구성원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입시 경쟁으로 대학 진학이 늦어지면서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것 또한 문제로 진단했다.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것이 만혼·저출산 등 사회 문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해결방안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도’를 제안했다. 각 지역에 학생 수에 따라 입학 인원을 배정한다는 내용이다. 형식은 현재 서울대에서 운영하는 지역균형선발제도와 비슷하지만, 이를 전체 입학정원으로 확대해 지역간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렇게 하면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이 현재보다 64%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2019년도에 입학한 서울대생들의 성적을 비교해,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형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성적이 다른 전형 학생과 대등하다고 했다.
또 이를 통해 서울에 집중된 입시 경쟁을 지역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 집중,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최근 교육 문제 뿐 아니라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 최저임금 차등화 같은 다양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은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지만 최근에는 국가를 위한 싱크탱크로서 우리가 직면한 장기 과제들도 연구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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