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잘 만날수록 대학 더 잘갔다” 부의 대물림 공식화한 한국은행
서울대 진학률의 92%, 사교육 등 거주지역 영향
강남 3구, 타지역 대비 서울대 진학률 9배 넘게↑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우선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잠재력 이외의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로 추정됐다. 이때 학생의 잠재력은 어린 시절 수학성취도 점수 등 인지능력이 기준이 됐다. 동일한 잠재력을 가진 경우에도 소득상위그룹 학생이 소득하위그룹 학생보다 상위권대 진학률이 더 높아 잠재력 최상위 집단의 상위권대 진학률은 소득상위그룹이 20.4%로 소득하위그룹의 10.7%보다 1.9배 높았다.
소득계층뿐 아니라 거주지역도 입시 결과를 좌우했다.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2018년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출신 학생은 32%에 달했다. 서울 출신 학생이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고 사교육이 활발한 강남 3구 출신 학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4%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12%에 달했다.
지역단위를 시도나 시군구로 세분화해도 지역별 서울대 진학률은 학생 잠재력 기준 진학률과 큰 차이를 나타냈고 특히 서울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 3구와 서울대 진학률이 뚜렷하게 높지 않은 N지역을 비교할 때 잠재력 기준 서울대 진학률은 각각 0.50%와 0.39%로 1.3배 차이지만, 실제 진학률은 각각 1.53%와 0.16%로 9.6배 차이에 달했다. 같은 서울시 내에 있는 강남구와 W구를 비교해도 잠재력 기준 진학률은 각각 0.52%와 0.39%로 1.3배 차이에 그쳤지만, 실제 진학률은 각각 2.04%와 0.25%로 8.2배 차이가 났다.
주요 상위권대 신입생이 서울 출신으로 꾸려지면서 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은 악화되고 있다. 인종, 민족, 언어 등이 동질적인 우리나라에서 대학 내 지역적 다양성 부족은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등의 교육적 토대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대의 “지균충·기균충”(지역균형전형·기회균형전형 입학생 비하) 논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부족해 사회포용력이 부족한 인재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상위권대를 향한 교육열은 사교육 환경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려는 선호로 이어져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명문고 진학 등 교육을 위해 서울에 전입한 초중생(만 7∼15세)이 전체 서울 초중생 중 차지하는 비중(전입률)은 2011년 0.3%에서 2023년 0.5%로 증가했다. 특히 사교육 중심지인 강남구와 서초구로의 초중생 전입률은 2011년 1.4%에서 2023년 2.6%로 확대됐다. 이에 지난해 강남구와 서초구의 학급당 초중생 수는 25.6명으로, 전국 평균인 21.9명보다 약 4명 더 많다.
입시과열에 따른 청소년·대학생의 정서불안 및 교육성과 저하도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만 15세 청소년의 방과후 학습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12분으로, 조사대상 30개국 중 가장 높았다. 반대로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22년 기준 우리나라가 31개 OECD 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대졸취업자의 약 40%가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면서 노동시장 진입은 더 늦춰지고 있다.
정 과장은 “대학 입시 과열로 인해 수도권 인구 집중, 그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젊은 세대의 저출산·만혼 등 여러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원하는 대학에 가고자 재수, N수를 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리다보니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간도 길어져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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