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과열된 대학 입시경쟁,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해 풀어야”

서울대생 중 32%는 서울출신… 12%는 강남3구
서울대 진학률 격차 92%는 거주지역 효과로 발생
지역별 선발인원, 고3 비율 1.3배 이내로 제한해야

한국은행이 과열된 대학교 입시경쟁을 줄이기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란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은행은 27일 서울대학교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행정제도 및 입시제도 개편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의 두 번째 세션에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골자로 한 ‘BOK이슈노트: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 집필에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정종우 과장·이종우 실장과 국립부경대학교 김혜진 교수가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의 입시경쟁은 사교육비 증가로 가계에 큰 부담을 줬으며,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했다. 지난해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 97만원, 200만원 미만 저소득층 38만원으로 집계됐다. 고소득층의 사교육비가 저소득층의 2.6배에 달했다.

소득수준과 거주지역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로 이어졌다. 2018년 일반고 졸업생 중 서울 출신 학생은 전체 졸업생의 16%, 강남3구 학생은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대 진학생 중 서울출신 학생의 비중은 32%,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학생은 12%로 집계돼 서울·강남3구 집중도가 높았다.

한은은 대학입시의 지역 편중 현상으로 주요 상위권대에서 서울 출신 학생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지역적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학 내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 포용성 등의 교육적 토대가 약화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한은은 또 잠재력이 높은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한은은 어린시절 수학성취도 점수를 토대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이 잠재력과 실제 서울대 진학률과의 관계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학생의 잠재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주로 설명됐다. 예를 들어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근거로 한은은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한은은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없이도 우리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한 악순환을 빠르게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학생 선발 과정에 지역별 진학률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고3 학생 비율의 0.7배 이상, 1.3배 이하가 되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잠재력을 기반으로 한 진학률과 지역별 서울대 진학률 간 격차가 0.14%포인트(p)에서 0.05%p로 6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서울에 집중된 입시경쟁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인구집중, 서울 주택가격 상승, 저출산 및 만혼 등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면서 “또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학생의 정서불안을 줄이고 교육 성과를 높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