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지정 논의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

박정연 기자 2024. 8. 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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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의미하는 '인류세'의 지질학계 공식 지정이 지난 3월 무산됐지만 인류세 지정 논의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온난화 등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 변화의 가속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인류세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인류세는 또 여러 학문 분야에서 20세기 중반 지구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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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를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의미하는 '인류세'의 지질학계 공식 지정이 지난 3월 무산됐지만 인류세 지정 논의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환경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온난화 등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 변화의 가속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인류세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인류세 개념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대기 오염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세가 과학적 논의와 사회적 인식을 촉진하며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고 말한다. 과학계 뿐만 아니라 인문학 연구자, 정책 입안가 및 도시 계획가 등이 이 개념을 사용해 기후와 생물, 인간 변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기상학자 폴 크뤼천이 2000년 지구 변화 과정을 논의하는 포럼인 국제지구-생물권 프로그램(IGBP)의 과학위원회 회의에서 인류세를 처음 제안했다. 

크뤼첸은 인류세란 개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지구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한 나머지 홀로세라는 이름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홀로세란 빙하기 이후의 지질 시대로 이 시대의 주요 조건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대기와 해양 성분 구성, 약 7000년 전 이후 비교적 일정한 해수면이 있다. 

크뤼첸은 지구가 처음 홀로세 조건에서 벗어난 것은 산업혁명 때부터라고 말한다.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석탄 연소가 증가하면서 지구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20세기 중반에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인류세의 주요 특징으로는 대기 화학의 변화, 온난화 기후, 빙상 용해와 해수면 상승, 침식과 퇴적 가속화, 플라스틱 등 인공 재료로 만들어진 공산품의 확산, 멸종으로 변화한 생태계, 전 세계적으로 상호 연결된 인간이 고안한 기술 시스템인 '기술권'의 급성장 등이 있다.

지질학계에선 인류세의 시작을 규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2개의 연구팀은 5개 대륙에 걸쳐 8개의 서로 다른 지질 환경에서 인류세의 시작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국제층서위원회(ICS)가 설립한 인류세연구그룹(AWG)에 따르면 인류세 동안 지구의 표면 조건은 홀로세 시대와 비교했을 때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는 이제 더 뜨겁고, 더 오염됐으며, 생물학적으로 더 파괴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되고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처럼 되돌릴 수 없는 변화도 있다는 것이다. 

인류세는 또 여러 학문 분야에서 20세기 중반 지구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류세가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 시기는 미국 역사학자 존 맥닐이 만든 용어인 '대가속화' 시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 1946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일본 경제 기적'과 겹친다. 온실가스 배출, 금속 및 광물 생산, 육류 소비, 플라스틱 사용 등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많은 지표가 상승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경제체제가 지구자원의 소비량을 지속해서 높였고 이에 따라 발생한 폐기물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구환경이 부담할 수 있는 ‘행성적 한계’를 벗어난 상황을 설명하는 데는 인류세가 적합한 용어란 것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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