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면 번뇌망상 줄이고 평안한 마음 만들 수 있다"
오계 현대적 재해석…"그때 마약이 있었으면 부처님이 금하셨을 것"
9월 27∼10월 1일 전국 각지서 명상 체험…세계적 명상 대가 강연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5분이면 명상으로 번뇌망상(煩惱妄想)을 줄여서 평온한 마음을 만들 수 있는 시간입니다."
내달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24 불교도대법회(국제선명상대회)' 집행위원장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부장 성화스님은 이 행사 때 조계종이 '전 국민 하루 5분 명상'을 제안하려는 이유를 27일 이렇게 설명했다.
국제선명상대회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조계종 총무원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성화스님은 "보통 사람은 외부의 어떤 반응에 느끼는 데 0.2초가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5초를 멈추면 (즉각적인)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 명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고 스님들은 선방에서 정진하면서 깨달음을 얻어가지만, 일반인에게는 깨달음 보다는 마음의 평화가 우선"이라며 바쁜 일상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5분 명상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성화스님은 "우리들은 이기심, 욕망, 하고 싶은 일에 매몰돼 바쁘게 산다"며 "바쁘게 살면서 행복하면 별문제가 없는데, 바쁘게 살면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왜 사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현대인의 삶이 처한 위기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마음이 급하고 어떤 일에 매몰돼 있으면 다른 게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며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있는 사람들이 삶의 가치를 찾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방안이 선명상"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5분 명상 외에 음악 명상, 걷기 명상, 시각화 명상, 요가 명상, 태극권 명상 등 108종에 이르는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국제선명상대회 이후에는 선명상 법사나 선명상 지도사를 양성해 전국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들이 명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제선명상대회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는 불자들이 스님들에게 올리는 공양 의식을 재현하는 승보 공양 법회를 봉행한다.
성화스님은 "세대 갈등이 심각해지고 이기심이 커진 사회가 됐다. 승보 공양을 올리는 간절한 마음, 지극 정성의 마음으로 이웃을 소중히 하고 서로 존경하며 인간관계를 형성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조계종은 불살생계(不殺生戒), 불투도계(不偸盜戒), 불사음계(不邪淫戒), 불망어계(不妄語戒), 불음주계(不飮酒戒) 등 살생, 도둑질, 음탕한 행위, 거짓말, 음주 등 5가지를 금지한 규율인 오계(五戒)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민 오계'도 발표한다.
성화스님은 "이기주의와 탐욕이 넘치는 가운데 사회를 유지해 온 규칙이 깨지고 있다"며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윤리 규범을 재해석해서 국민들께 설명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 불음주계는 '내 정신과 몸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하자'는 의미로 풀이했다.
성화스님은 이것이 최근 심각한 젊은이들의 마약 사용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담고 있다면서 "만약 부처님 시절에 마약이 있었다면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대신 마약을 하지 말라고 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국제선명상대회에 약 3만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고 방지를 위해 종단 측 진행요원을 포함해 1천500명 이상의 안전요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조계종은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전국 주요 사찰을 비롯한 선(禪)명상 공간에서 마음의 평화와 세계 평화의 염원을 담은 국제선명상축제인 '2024 국제선명상대회(SEON MEDITATION SUMMIT 2024)'도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 기간 전국 각지에서 선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해외 명사가 특강 및 명상 시연을 한다.
선명상을 보급해 국민의 정신 건강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우파야 선 센터' 주지이자 불교 지도자 및 사회 운동가로 활동 중인 로시 조안 할리팩스와 과학과 불교의 교류 및 협력을 위해 설립된 '마인드&라이프' 의장인 툽텐 진파, 구글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명상 지도자로 변신한 차드 멩 탄이 참석한다.
또 미국 수행처 디어 파크 사원에 머물며 잡지 '마인드풀니스 인 벨'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팝루 스님, 세계 전역에서 티베트 불교의 명상과 철학을 가르쳐 온 수행 안거센터 설립자 직메 린포체도 함께 한다.
9월 29∼30일 서울 봉은사·조계사·중앙승가대학 경기 남양주 봉선사, 부산 범어사, 전북 전주 서고사, 대전 보문고, 강원 평창 월정사 등에서는 선명상축제를 연다. 또 서울 홍대선원, 부산 쿠무다, 충남 논산 호국연무사에서는 청년·외국인, 예술인, 군인에 특화된 계층선명상축제를 개최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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