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끓는 K-라면, 성장 비결은 ‘전문성’

손재철 기자 2024. 8. 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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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전역에서 ‘한국 라면’이 팔팔 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7월 농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한 56억 7000만 달러(약 7조 7736억원)에 육박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라면’이다. 7월말 기준 라면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7억 달러(약 9597억 원)로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농심은 즉석라면 시장에서도‘신라면’ 인지도를 매년 늘려오고 있는지 오래다.


K-팝과 K-드라마 등의 인기에 힘입은 측면도 있지만, ‘한국 라면’의 인기몰이는 ‘맛과 영양’ 면에서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고 세계인들에게 인식될 만큼 ‘특화된 상품성’를 거머쥔 것이 주된 요인이다. K-푸드만의 강점을 살린 상품성 고도화와 유통 채널 강화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당연히 ‘제품 차별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개발은 기본이고 제품에 ‘개성까지 더한 것’이 전세셰에 ‘한국 라면 덕후’ 수요를 만드는 비결이다.

오뚜기, 한국라면 너무 맛있어요 ‘Korean ramen is really good’


예컨데 오뚜기의 성공에는부드러운 면발과 진한 국물 맛을 지닌 ‘진라면’이 일등공신이다.

오뚜기는 지난 1987년 라면 시장에 뛰어든 이후 매년 수출량을 늘려왔다. 진라면 외에 스낵면(1991년), 참깨라면(1994년), 열라면(1996년), 컵누들(2004년), 진짬뽕(2015년), 진짜쫄면(2018년), 진비빔면(2020년), 짜슐랭(2022년), 마슐랭(2024년) 등 다양한 제품들로 ‘팬덤층’을 확보해왔다.



최근엔 해외 소비자가 더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변경할 만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행보다.

현지 공략하는 K-라면, 베트남엔 ‘오빠라면’까지 등장


이 같은 공들임으로 오뚜기는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65개국에 라면을 수출 중이며, 올해 전 세계 70개국으로 공급 마켓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라면 소비량이 한국보다 많은 베트남 시장 에서 현지인 입맛을 살핀 이색 라면을 내놓고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의 입맛을 조화시킨 상품으로, 베트남 MZ세대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어 ‘오빠’를 제품 이름에 사용한 ‘오빠라면’이다.

‘양파’의 일종인 ‘샬롯’을 곁들인 해물볶음면 맛, 돼지갈비 짜장라면 등 현지인 입맛에 맞는 라면으로 나온 것이 주효해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뚜기 치즈라면. 독창적인 상품화를 이룬 라면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뚜기는 2018년 베트남 하노이에 박닌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같은 해 6월부터 진라면, 열라면, 북경짜장 등 다양한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K-라면을 오뚜기가 리드해오고 있다”며 “진라면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날로 높아지고 있어, 현지화 전락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을 위해 더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라면 성과 ‘전 세계로 유통 채널 강화 잇따라’


‘농심’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일찍부터 국내외 라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지닌 ‘K-라면’의 대표 주자다.

오는 10월엔 미국 제2공장에 용기면 고속라인을 추가해 현지 ‘용기면’ 수요에도 대응하고, 유럽 등지에선 유통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일례로 농심이 입점한 르끌레르와 까르푸는 프랑스 유통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통강자로, 프랑스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한 마케팅을 이어갈 요량이다. 예컨대 지난 7월 말에는 프랑스 내 스포츠 주요 행사장 내 까르푸 매장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신라면 체험 기회를 확대했다.

농심 국제사업부문장 이용재 전무는 “프랑스 파리에 모이는 전 세계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대표라면 신라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현지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유럽시장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외 시작 개척을 이어온 농심은 올 하반기 내로 독일 Lidl(리들), 덴마크 Salling group(샐링 그룹) 등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도 신라면 등 주요제품 입점을 확대한다.

특히 프랑스 까르푸 본사 임직원 약 4000여명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K-한강라면’을 테마로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주요 제품 시식행사를 개최하는 등 까르푸가 진출한 동·남유럽 6개국 시장진출 확대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든 것이 ‘현지화’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들이다.



농심이 최근 해외에서 거둔 노력과 성과는 올해로 가동 2년을 맞은 ‘미국 제2공장’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 제2공장은 지난 2년간 농심 해외매출의 중심축으로 활약하며, 현지에서 대표 제품인 신라면 매출 확대는 물론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도록 충분한 생산능력을 뒷받침했다.

실제 미국 제2공장은 농심 미주지역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2공장 가동 첫 해인 2022년 미주지역(미국+캐나다) 매출은 4억9000만 달러로 1년만에 약 24% 증가했고, 2023년은 5억3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공장 가동 2년만에 매출이 36% 이상 증가하는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또한, 미국 코스트코에 NPB로 2020년 입점했던 농심 ‘돈코츠라면’은 제2공장 공급량 확대를 무기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 2023년 매출이 전년대비 20% 성장하며 신라면에 이어 미국시장 넘버2 제품으로 발돋움했다. 이밖에 육개장사발면, 김치사발면, 생생우동 등이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으며 매출 외형 확대에 기여했다.

이 덕에 미국 법인의 2023년 신라면 매출은 전년대비 19% 성장했다. 제2공장 가동에 맞춰 신라면골드큰사발, 신라면볶음면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원활한 제품 공급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대표 브랜드 위상을 다져오고 있다.

농심 미국법인은 히스패닉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인처럼 매운맛에 익숙한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인구와 구매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반드시 잡아야 할 소비군으로 꼽힌다.

이에 농심은 올 2월부터 매달 ‘Sabor Y Elegancia’라는 제목의 매거진을 발간해 히스패닉 소비자가 주로 찾는 마트에 배포하고 있다. K-푸드 트렌드, 농심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 등을 담아 한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또한 올해 멕시코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미국내 히스패닉과 멕시코 라틴계 시장을 모두 잡기 위해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풀무원, ‘우리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


풀무원식품(이하 풀무원)은 ‘맛의 전문성’을 가장 독특하게 풀어나가며 해외 시장 루트를 늘려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공동개발한 ‘서울라면’은 풀무원의 건면 노하우와 차별화된 로스팅 공법으로 만들어, 출시 4일만에 초도물량 5300봉 전량 소진시키며 ‘바른먹거리 라면’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풀무원 서울라면 시리즈. 독특한 상품성을 지닌 시리즈물로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라면은 ‘건강하고 매력적인 서울 사람들이 먹는 라면’이라는 콘셉트 아래 ‘로스팅 서울라면’과 ‘로스팅 서울짜장’ 2종으로 선보였다.

국내 건면 시장을 개척하며 쌓아 온 풀무원의 건면 노하우와 차별화된 로스팅 공법 등이 반영됐다.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 칼로리(각 360kcal)에 대한 부담이 적고, 로스팅 공정으로 재료 본연의 풍미가 가득한 분말스프가 특징이다.

올 1월, 서울 라이프 팝업스토어를 통해 처음 공개된 ‘서울라면’은 출시 이후 4일간 초도 물량 5300봉이 전량 판매됐다. 2월부터는 전국 온∙오프라인 채널로 확대해 선보이며, 출시 5개월 만에 ‘100만봉’ 판매를 돌파했다. 풀무원 답게 ‘몸에 좋은 건면’으로 승부한 것이 차별화를 이룬 것이다.

K-푸드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가운데 풀무원은 ‘서울라면’으로 국내 최초 K-FOOD&SAFETY(이하 KFS) 인증도 획득했다. KFS 인증은 한국에서 생산된 안전한 식품임을 한국 공공기관이 공식적으로 보증하는 것으로 ‘식품안전국가인증(Korean Food Safety)’과 ‘자국생산증명(Korean Production)’ 등 2개 인증을 모두 받아야 획득할 수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K푸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보태기 위한 풀무원의 건면 제조 노하우와 서울시의 브랜딩이 어우러진 ‘서울라면’을 기획하게 됐다”라며 “‘서울라면’에 이어 다양한 전문화 제품을 제작해 국내외에서 성과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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