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귀화1호 패럴림피언' 원유민, 한국 두 번째 IPC선수위원 도전… "내가 받은 것 돌려줄 기회"
"선수들 의견 잘 융합해 더 큰 목소리를 낼 것"
홍보용 명함 2,000장 준비... 일일이 만나 호소할 것
한국 장애인 귀화 1호 패럴림피언 원유민이 한국 선수로는 사상 두 번째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선수촌에서 만난 원유민은 "이번 대회는 IPC 선수위원 선거활동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을 적기"라 강조하며 "선수위원이 된다면 내 경험과 장점을 최대한 살려 동료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날 파리에 도착한 원유민은 이날 선수촌에서 첫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유세 활동은 9월 5일까지이며, 투표 결과는 9월 8일 폐회식에서 공개된다.
IPC 선수위원은 2008 베이징 패럴림픽 때 신설된 자리로, IPC 위원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 주된 역할은 선수를 대표해 세계 장애인 체육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원유민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추천으로 이번 IPC 선수위원에 도전하게 됐다. 당선 시 홍석만(현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선수위원장)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IPC 선수위원이 된다.
"운동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배워"
4세에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원유민은 12세에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곳에서 처음 휠체어 농구를 만났고, 발군의 실력으로 도대표, 주대표, 청소년 대표 등을 거치며 장애인 선수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도 출전했다.
원유민은 "난 원래 굉장히 내향적이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많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휠체어 농구는 단체 종목이라 말을 하지 않으면 혼이 나곤 했다"며 "팀의 성적을 위해서라도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운동은 나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소중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시련이 기회로... "더 많은 기회와 꿈 가졌다"
캐나다에서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로 승승장구하던 원유민은 2017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이듬해 모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로는 노르딕스키 선수로 전향해 훈련에 전념했다. 원유민은 "홈에서 하는 패럴림픽에 출전한다는 건 선수에게 흔하지 않은 기회"라며 "정말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창 패럴림픽을 향한 원유민의 꿈은 오래지 않아 와장창 깨졌다.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패럴림픽에 출전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거나 이전 국적 국가패럴림픽위원회의 허락이 필요한데, 캐나다 패럴림픽위원회가 이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유민은 "비록 꿈에 그리던 평창 패럴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귀화한 걸 후회하진 않는다"며 "만약 캐나다에 남았다면 IPC 선수위원 도전은 물론이고 체육회 관련 일 등 다양한 비전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내게 더 많은 기회와 꿈을 줬다"고 말했다.
원유민은 이후 노르딕스키 선수로 2022 베이징 패럴림픽에 출전해 한국 귀화 선수로는 최초로 패럴림픽 무대에 섰다.
두 나라에서 동·하계 패럴림픽 모두 경험
결과적으로 원유민은 캐나다와 한국에서 각각 휠체어 농구, 노르딕스키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동·하계 패럴림픽을 모두 경험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쌓았다. 현재 휠체어 농구 선수로는 은퇴했고, 노르딕스키에만 매진하고 있다. 원유민은 "솔직히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면서도 "(하계 종목에선) 현역 선수가 아니다 보니 오로지 선거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건 나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시야를 넓힌 만큼 선수들의 다양한 의견을 잘 융합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원유민이 선수위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25명의 후보 중 6명 안에 들어야 한다. 원유민은 "홍보용 명함 2,000장을 준비해왔다"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선수촌을 돌며 일일이 선수들을 만나고 투표를 호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파리=김진주 기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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