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문학의 공통 분모는…'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

송광호 2024. 8. 2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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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비 딕'을 쓴 허먼 멜빌은 누가 뭐래도 19세기 미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소설책임에도 '모비 딕'에는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수학적 표현이 즐비했기에 그들이 보기에 '모비 딕'은 난삽할 수밖에 없었다.

'모비 딕'에는 사이클로이드 외에도 수학적 비유가 가득하다.

저자는 "수학과 문학이 불가분하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이 연결고리들을 연결하면 두 분야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한층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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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학자가 쓴 신간…수학과 문학의 접점 골몰한 작가들 이야기
헤엄치는 고래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소설 '모비 딕'을 쓴 허먼 멜빌은 누가 뭐래도 19세기 미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하지만 생전에 작가로서 주목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모비 딕'은 출간과 함께 혹평에 시달렸다. 사람들의 냉소에 질린 그는 절필했고, 20여년간 세관에서 근무하다 세상을 떠났다. 사무실로 은둔한 채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던 멜빌의 단편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 바틀비처럼, 그도 세관 사무실의 한 귀퉁이에서 일하다 늙어 죽었다. 그가 소설로 평생 벌어들인 돈은 556달러에 불과했다.

통상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기 어려운 비평가들이 '모비 딕'에 대해 혹평을 쏟아낸 건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소설책임에도 '모비 딕'에는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수학적 표현이 즐비했기에 그들이 보기에 '모비 딕'은 난삽할 수밖에 없었다. 가령 주인공 이슈메일이 갑판에 있는 냄비를 청소하면서 '사이클로이드'를 언급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냄비 속 비누 돌을 보면서 나는 기하학에서 사이클로이드를 따라 미끄러지는 모든 물체, 예를 들어 비누 돌이 정확히 같은 시간에 어느 지점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미래의창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사이클로이드는 직선 위로 원을 굴렸을 때 원 위의 '정점'(定點)이 그리는 자취로, '기하학의 헬레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곡선을 말한다.

'모비 딕'에는 사이클로이드 외에도 수학적 비유가 가득하다. 어린 시절 '최고 암호상'을 받은 수학 영재였던 멜빌은 광범위한 수학적 주제를 책 곳곳에 심어뒀다.

멜빌뿐 아니다. 제임스 조이스는 대표작 '율리시스'에서 거듭제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고, 조지 엘리엇은 소설 '다니엘 데론다'에서 확률을 이용해 주제를 그려냈으며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미분의 개념을 활용해 그 시대를 바라봤다.

새러 하트 런던 그레셤칼리지 기하학과 교수가 쓴 신간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미래의창)은 수학과 문학의 접점을 찾는 데 골몰한 작가들의 이야기와 수학과 문학의 공통 분모를 탐구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주는 기본적인 구조와 패턴, 규칙성으로 가득 차 있고, 수학은 그런 우주의 구조에 다가갈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문학도 구조, 리듬, 패턴으로 이 세계와 우주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수학과 비슷하다.

문학은 형식에서도 자연과 수학의 리듬을 따라간다. 가령, 일본 전통 시 하이쿠는 3행으로 이뤄졌고, 행의 길이는 5와 7음절이며 모두 17자로 구성돼 있다. 하이쿠와 연관된 숫자 3, 5, 7, 17은 모두 자연의 신비스러운 수인 '소수', 즉 1과 자기 자신만을 인수로 가진 수다. 소수는 무한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끝이 없는 수다. 문학의 젖줄인 이야기도 소수와 비슷하다. 세상의 이야기는 소수처럼,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학과 문학이 불가분하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이 연결고리들을 연결하면 두 분야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한층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고유경 옮김. 41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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