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돌봄대란' 엄습…외국인 돌봄인력 고비용 문제 해소 必"
"최저임금 구분, 헌법 평등권 위반? 실질적 평등 고민해야"
"돌봄 인력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간병비 부담" 진단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국가적 아젠다로…협의체 구성하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초저출산·초고령사회가 엄습한 상황에서 외국인 돌봄인력 도입은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돌봄인력 도입해 봐야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시범사업을 코앞에 둔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관련,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심도있는 논의와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 주최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에 제가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오 시장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비롯해 사적 계약의 형태로 사용자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헌법 평등권 위반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고용부의 도움을 받아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모셔 시범사업을 하기 직전이다. 앞으로 고용부와 힘을 합해 법무부와 심도있는 논의해야할 일이 산적한데 헌법상 평등권 발언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헌법상 평등권은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이다. 필리핀을 비롯해 향후 우리나라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동남아 국가들보다 우리의 인건비가 몇배나 된다”고 최저임금 구분 적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E7(특정활동) 비자 대상 직종에 ‘가사사용인’ 추가 등 서울시의 제안에 대해 법무부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법무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졸업생,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 등의 가사사용인 활동을 확대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조만간 닥칠 돌봄 대란을 생각하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돌봄 임금, 가사관리사 넘어 간병 문제까지 고려해야”
가사관리사를 넘어 향후 간병비 부담 역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오 시장은 “돌봄인력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의 간병비 부담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이라며 “외국인 돌봄인력 임금 문제가 필리핀 가사관리사로 촉발됐지만 향후 국민 대다수가 직면할 ‘돌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필수적인 정책과제로 인식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외국인 돌봄인력 도입을 단순히 법무부의 외국인 비자 허가나 고용부의 노동정책 문제로 각각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미래 아젠다로 정해야 한다”며 “수요자의 목소리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국회와 지자체, 관계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종합적 논의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현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홍콩과기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는 외국인 돌봄 노동자를 도입해 내국인들의 돌봄 방식에 자유와 선택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국인이라 차별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긴 어렵지만, 생산성에 맞는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성은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낮으므로 처음에는 낮은 임금을 주고, 점차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에 맞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현행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공동숙소 사용 의무를 폐지하고 입주 시 방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30~70만원의 비용 감소도 노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돌봄 업무에 종사하는 내국인 보호를 위해 내국인은 시간당 임금이 높은 파트타임,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전일제로 시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금은 영유아에 대한 돌봄에 주목하고 있으나, 노인 및 장애인 돌봄의 우선순위가 훨씬 높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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