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승률 50%…IRA 폐기 쉽지 않다"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하는 정책을 진행하려면 상원을 거쳐야 하므로 조정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행정명령을 통해서 IRA를 폐기할 정도는 아니어도, 재무부를 통한 일부 변경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데릭 모건 미 헤리티지재단 부대표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KITA) CEO 조찬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미 대선 동향과 한국의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모건 부대표는 미국 연료·석유화학제조업협회 부회장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리처드 B.체니 부통령 비서관을 지냈으며, 이후 미국 공화당 소속 네브래스카주 상원의원이었던 벤 세스 전 의원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모건 부대표가 현재 몸담은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국내외 어떤 정부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모건 부대표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과 관련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률은 50 대 50"이라며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한미 관계는 견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벨트(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와 러스트벨트(미시건·펜실베니아·오하이오) 등 6개 경합 주의 선거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선은 여러 정책에 대한 이슈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미국 국민들은 대외(외교) 정책보다 국내 정책에 영향을 더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바이든 취임 이후) 물가가 20~25%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들은 바이든이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고 생각해 초반 약 10%까지 트럼프가 앞섰으나 현재는 3% 정도 앞서 있다"며 "다음 달 10일 예정된 대선 토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건 부대표는 미 대선 이후 앞으로 한미 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불공정 경쟁 이슈,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세계 시장의 위험 요소가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법치·자유시장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과 우호 관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건 부대표는 "중국의 급부상이 중요한 변수"라며 "중국의 경제력이 크게 성장했고, 안보 측면에서도 많은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것"이라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역내 국가들이 협력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간재에 대한 관세 부과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재집권 시 내년 2분기 이내에 중국의 보조금 지원 정책 등에 대한 조처가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파괴적인 관세를 피하면서도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방국가인 한국, 일본, 대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모건 부대표는 한국과 미국의 가장 유망한 협력 분야로는 조선과 반도체를 꼽았다. "두 분야는 명확히 코로나로 촉발된 공급망 와해를 해소할 수 있는 분야"라며 "반도체는 대만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고 한국의 혁신은 놀라운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부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시 북한과의 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트럼프 1기 때 북한-미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트럼프가 다시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한국의 입장이 (북한과 관계 회복을 바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아마 트럼프가 독자적으로 1기 때와 같은 노선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통령 선거 동향과 차기 정부에서의 양국 협력 과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행사에는 한국무역협회 윤진식 회장을 비롯한 무역협회 회장단과 이사상사, 세아제강, 고려아연 등 대미 무역·투자기업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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