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임박…마지막 남은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

합병 반대 주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시 최대 9천229억원 필요
'계약해제 가능' 기준 8천억원 넘을수도…SK "내부 현금 1.4조, 비용 감당"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한지은 기자 =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었으나, 합병 성사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남았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5%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SK E&S도 이날 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지분 6.2%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합병에 반대했지만, 최대주주 SK㈜를 비롯한 대다수 주주가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달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의결했으며, 이날 임시주총에서의 합병 승인으로 오는 11일 1일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다만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원론적으로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에 따라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으나, 이번 주총에서 확인된 찬성률과 현재 주가 흐름 등을 감안하면 합병 무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업계에서는 본다.

상법상 주주확정기준일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 중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총 전까지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에 한해 주총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수 청구할 수 있다.

합병 공시에는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수 합계에 주식매수예정가격을 곱한 금액이 8천억원을 초과하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서면 합의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날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주식 수 824만4천399주에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가격 11만1천943원을 곱하면 9천229억원이다.

합병안에 반대한 모든 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SK 측이 매수해야 하는 금액은 8천억원을 훌쩍 넘는다.

만약 국민연금이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SK 측은 6천817억원을 매수해야 한다. 여기에 일반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고려하면 금액이 8천억원을 넘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8천억원을 초과해도 양사 합병이 바로 무산되지는 않으며,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입장이다.

합병 무산보다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시너지가 더 크다고 보고 1조원 안팎은 감당할만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날 주총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8천억원을 초과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주주 질의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도액(8천억원)은 과거 합병 사례를 판단해 설정한 것으로, 예상한 범위 내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금액이) 초과하면 이사회와 협의해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금액이 지나치게 많으면 고민이 되긴 하겠지만, 회사 내부에서 보유한 현금이 1조4천억원 이상이어서 감당 못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이 기간 주가를 부양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부진해 차익 실현을 노리는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나면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사회 합병 결의 이후 9만원대까지 하락했으나, 11만원대 이상으로 회복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이점이 떨어진다.

주총일인 이날 오전 기준 주가는 전날보다 3∼4% 오른 11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장중 한때 11만2천원까지 올라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 가격을 '터치'하기도 했다.

이날 박 사장은 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 질책에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시너지를 창출해 기대하는 수익률을 창출하고, 경영진에 대한 따끔한 말씀도 이사회와 협의해 주주 이익을 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은 11월 합병과 재무상황 등을 감안해 어떤 정책이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주주친화 정책을 펼쳐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 '밸류업' 계획 등에 부합하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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