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일본대사 "총리 바뀌어도 한국과 협력 이외 선택지 없어"
부임 후 국내 언론 첫 인터뷰…한일갈등 사안엔 "협력적 자세로 해결책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일본 총리가 바뀌더라도 "지금의 안보 상황을 보면 일본과 한국, 또는 일본과 한국, 미국이 추진하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추진해 나가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26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내달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로 일본 총리가 조만간 교체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부임한 미즈시마 대사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즈시마 대사는 "새로운 총리가 가능한 한 빨리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 중요한 일한관계를 더욱 진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내달 말 기시다 총리의 퇴진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누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한일 협력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으로 세계가 '역사적 전환점'에 있다면서, 특히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지역의 안보관계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납치 문제, 인권상황 개선에 대해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확실히 연계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또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이 최근 사무국을 만들었고 한국 측과 기념사업을 논의하려 한다면서 "상호 이해가 부족한 부분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교토국제고의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여름 고시엔) 우승에 대해선 "양국의 지원과 응원을 받는 학교가 우승했다는 점은 지금의 일한관계를 상징한다"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한일관계 개선 추세에도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등 사안으로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미즈시마 대사는 이에 대해 "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대결적 자세가 아니라 협력적 자세를 기본으로 해결책 또는 방향성을 찾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일본이 약속한 노동자 추도식에 대해서는 "(행사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은 알고 있다"면서 "한반도 출신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추도한다는 취지에 따라 (참석자·규모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사 문제는 뒤로하고 한일관계 개선에만 몰두한다는 한국 내 비판 여론도 있다는 지적에 그는 대사로서 언급이 어렵다면서도 "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양국관계가 미래지향적이며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고, 일본 측도 용기 있는 결단에 감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한관계에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서로 의사소통을 해나가며 해결하면서 방향성은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문화·인적 교류의 일환으로 내달 열리는 '한일축제한마당' 행사 준비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국 각지를 방문해 사람들과 교류하고 음식도 맛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1961년생인 미즈시마 대사는 교토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1985년 외무성에 들어가 주미대사관 참사관과 북미국 북미 제2과장 등을 지내며 직업 외교관 경력을 쌓았다.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총괄공사로도 활동했으며, 이후 외무성 영사국장을 거쳐 2021년부터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서 한국인을 이송할 때 일본인 귀국을 지원하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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