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절친이 내 얼굴에 나체사진 합성"…英여성의 끔찍한 딥페이크 경험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자기 얼굴 사진이 딥페이크 음란물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국의 한 여성이 수년간 범인을 추적한 결과 너무 친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한명임을 알게 되어 경악했다. 여성은 딥페이크 음란물이 여성 수천 명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데 처벌할 법규가 없다며 분노했다.
최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2021년 봄 영국에 사는 20대 여성 조디는 음란물 웹사이트 링크가 첨부된 익명의 이메일 한 통을 받게 된다. 링크를 클릭한 조디는 자신이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듯한 노골적인 이미지와 영상을 보게 됐다. 얼굴은 조디 자신이었지만 몸은 자신이 아닌 이미지들은 조디의 얼굴 사진을 다른 여성의 몸에 디지털 방식으로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것이었다.
조디는 더 나아가 누군가 음란물 웹사이트에 '나를 너무 흥분하게 하는 여성'이라며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용자들에게 조디의 얼굴을 이용한 거짓 음란물을 제작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한 것도 알게 됐다. 게다가 이 사용자는 음란물을 만들어주는 대가로 더 많은 조디의 사진 및 정보를 건네겠다고도 약속했다.
사실 이번 딥페이크 사건은 수년간 조디를 향해 익명의 누군가가 저지른 온라인 공격의 정점과도 같은 것이었다.
조디는 과거 10대 시절, 누군가 무단으로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데이트 앱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적도 있었다.
2020년 5월, 코로나19로 영국 사회가 봉쇄령에 들어갔을 당시엔 한 친구로부터 조디의 사진을 게시하고, 조디가 성매매업 종사자라고 묘사하는 트위터 계정이 여러 개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일례로 조디의 개인 SNS 계정에서 가져온, 수영복을 입은 조디 사진엔 ‘어린 10대 소녀 조디에게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라는 캡션이 달려 있었다. 해당 사진을 게시한 트위터 계정들은 ‘걸레 폭로 계정’ ‘대장 변태’ 등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 계정에서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과거 조디가 자신의 SNS에 올린 것들이었다. 그러나 조디의 개인 SNS는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만 공개된 계정이며, 그 누구에게도 사진들을 공유한 적이 없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해당 계정들에 올라온 다른 여성들의 얼굴이 조디의 대학 동창 혹은 고향 케임브리지 출신 친구들이었던 점이다. 범인은 조디와 그 주변 인물들을 잘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조디는 사진 속 여성들에게 연락해 사실을 알렸다. 이들 여성은 힘을 합쳐 자신들의 사진을 게시한 다른 여러 트위터 계정을 찾아냈고, 해당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진을 어디서 구했는지 물었다. 이에 해당 사진들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어느 익명의 발신자가 보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한 사용자는 “당신의 전 애인이거나 당신에게 흥분을 느끼는 사람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디와 여성들은 자신들의 사진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남성, 자신들의 개인 SNS 팔로워 중 겹치는 모든 남성을 추려냈고, 조디의 전 남자 친구가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디는 이 남성을 차단했다. 그렇게 몇 달간 딥페이크 게시물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아 문제가 해결된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조디는 익명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엔 “익명으로 보내서 미안하다”면서 “그런데 이 남자가 당신의 사진을 ‘레딧’ 내 변태적인 하위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당신에겐 무서운 일일 것 같다”고 적혀 있었다.
조디가 해당 이메일 내 링크를 클릭해 보니 온라인 포럼 사이트 ‘레딧’의 한 게시물로 연결됐다. 한 사용자가 조디와 다른 친구 2명의 사진을 올리며 이들을 1, 2, 3번이라고 순번까지 붙여둔 글이었다.
그 사용자는 조디를 포함해 이들 여성과 성관계하거나, 결혼하거나, 이들을 죽이는 게임에 다른 사용자들을 초대하기까지 했다. 해당 게시물엔 이미 55명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이에 사용된 사진들은 최근 것들로, 전 남자 친구를 차단한 이후 올라온 것이었다. 전 남자 친구가 범인이 아닌 것이다.
6주 후 제보자는 다시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이번에는 딥페이크 음란물이 올라왔다는 내용이었다.
조디는 다시 자기 주변에서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했다. 그러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알렉스 울프가 떠올랐다. 너무 친하고 신뢰해 범인 물망에 올라가 있지 않았던 남성이었는데, 역시나 범인은 그였다.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을 의뢰하며 더 많은 조디의 원본 사진을 공유하겠다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알렉스였다. 하지만 그는 조디에게 일어났던 일 모두가 자신이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21년 8월, 울프는 SNS에서 조디를 포함한 여성 15명의 사진을 무단으로 음란물 웹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알렉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행동에 대해 “정말 부끄럽다”면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매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왜 그토록 비열하게 행동했는지 설명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영국에선 ‘온라인 안전법’이 통과되면서 딥페이크 음란물 공유를 범죄화했다. 현재 온라인엔 딥페이크 영상 수만 개가 존재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중 무려 98%가 음란물이다.
그러나 조디는 이번에 새로 제정된 법으로도 타인에게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을 의뢰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한다고 했다. 아울러 딥페이크 영상 제작 또한 아직 불법이 아니다.
조디는 “딥페이크 음란물은 여성 수천 명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면서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한 적절한 법규와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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