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서 구매 부담 '10년간 3兆'... 철강업계, EU CBAM에 시름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이 2026년 본격 시행되면 철강업계 인증서 구매 부담이 폭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은 인증서 구매 비용이 10년간 누적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는 업계의 저탄소 공정 개발 강화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27일 'CBAM 도입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부문에서 글로벌 환경 규제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다.
CBAM은 탄소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수입품에 대해 EU 생산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비용을 인증서 구매를 강제하는 제도다. EU 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배출원이 규제를 피해 역외로 이탈하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제정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전환 기간이 시작돼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CBAM 적용 대상 6개 품목 중에서 대EU 수출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은 '철강'이다. 지난해 기준 대EU 수출 규모는 6개 품목 46억달러인데, 이 중 철강은 42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철강산업은 조강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6위, 수출규모 기준으로 세계 3위의 주력산업이다.
철강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가 한국은행의 투입산출표를 활용해 철강산업이 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전방연쇄효과는 1.52로 나타났다. 이는 전 산업(1.0)과 제조업 평균(1.0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CBAM 본격 시행으로 철강업계 비용 부담이 가중돼 생산활동이 위축되면, 제조·서비스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품목을 대상으로 CBAM 인증서 구매 비용 추정 결과, 시행 초기인 2026년에는 851억원 수준에서 2034년부터 연간 5500억원을 상회한다. 10년간 누적금액은 3조원을 넘어선다. 2030년 이후 비용 증가폭이 큰 이유는 EU가 2030년부터 무상할당을 급격히 줄여 2034년 유상할당 비중을 100%로 높이기 때문이다.
박경원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용은 CBAM의 도입으로 가장 큰 재무적 부담을 지닐 철강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가격만을 의미한다"라며 "추후 철강 외에도 알루미늄 등 다른 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과 이들 산업의 생산품을 중간재로 활용하는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CBAM 도입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CBAM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철강 등 주요 제품의 내재배출량 자체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특히 EU에 수출하는 주력 제조업의 저탄소 제품 라인업 구축의 중요성과 저탄소 제품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한 정책 마련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전방위 지원도 요청했다. 기업들은 2025년 이후 EU 규정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연구주체에 따라 제품별 탄소배출량 평가 방식이 상이해, 보고가 충실하지 않다고 평가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제품의 내재배출량에 대한 국제 표준 설계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CBAM 인증서 비용은 한국과 EU의 배출권 가격 및 무상할당 수준의 차이에 비례한다"며 "CBAM 대응 목적으로 무상할당 비중을 EU 수준으로 조정한다면 EU에 수출하지 않는 기업이나 CBAM 대상이 아닌 제품에까지도 부담을 급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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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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