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용서를 구한다” 베네수엘라 선관위원, 불공정 개표 내부 질타
대선 개표 결과 조작 의혹이 인 베네수엘라에서 선거관리위원회(CNE) 위원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개표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선언한 CNE를 질타했다.
후안 카를로스 델피노 선관위원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대통령 선거 전, 개표 중간, 선거 이후 일어난 모든 일은 개표 결과의 투명성과 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투표 종료 후 개표 결과가 선관위에 즉각 전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표소별 득표율도 선관위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야당 측 참관인이 개표 현장에서 쫓겨나는 일도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개표 과정에서 공정성 원칙을 직접 위반하고 (참관인 등이) 유권자의 투표 기록에 접근할 권리를 훼손했다”며 비판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인터뷰에서 델피노 위원은 마두로 대통령이 과반 득표를 했다는 증거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확정 지은 CNE가 “나라를 망쳤다”면서 “부끄럽다.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거를 하겠다는 계획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했다.
변호사 출신의 델피노 위원은 국회 야당 추천으로 지난해 8월 취임했다. 그는 엘비스 아모로소 선관위원장이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확정하는 기자회견을 열 당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정부 감시를 피해 은신하고 있다고 베네수엘라 매체 엘나시오날은 전했다.
앞서 CNE도 전자 개표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다만 해외 세력의 해킹 시도로 일어난 일이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개표 결과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대법원에 이 사안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친여 인사가 장악한 대법원은 “검증 결과 CNE 발표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민주야권연합(PUD) 측은 79%의 개표 결과를 확보했으며,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대선후보(약 689만 득표)가 니콜라스 대통령(약 313만 득표)보다 약 376만표를 더 많이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남미 10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향해 개표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야당 측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사법 보복’에 나섰다.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와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한 수사 개시를 공표한 타레크 윌리암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에게 온라인에 득표율을 공개한 것에 대한 증언을 받으려 했지만, 그는 오늘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27일 재소환 방침을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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