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팔레스타인전도 TV로 못보나?…OTT스포츠 시대의 그림자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 TV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할까? 정답은 없지만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파리올림픽의 감동을 떠올리면 아직은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 양궁의 5번째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의 개인전 시청률은 지상파 3사 합계 40%에 육박했다.
상반기 드라마 최대 히트작인 tvn의 '눈물의 여왕'이 24.8%임을 감안하면 TV가 적어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여전히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스포츠는 경기장 현장 직관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방구석에서 혼자 감상하는 것이 아닌 안방 거실에서 온 가족, 친지,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고 환호하는 영상 콘텐트라는 점에서 TV 중계방송에 여전히 최적화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올림픽,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국민 관심 스포츠 경기'인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TV 중계방송으로 볼 수 없을 수 있어 축구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음 달 5일 팔레스타인과 홈경기로 시작하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이 TV 방송국 중계가 아닌, 유료 가입자 플랫폼인 OTT 쿠팡 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쿠팡 플레이는 월드컵 3차 예선과 아시안컵, U-23 아시안컵 등의 중계권이 포함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중계방송 패키지를 지난해 4월 계약했다. 패키지를 국내 TV 방송사에 재판매할 수 있는 권한까지 획득한 것. 월드컵 3차 예선은 방송법에 규정한 '국민 관심 경기'로 보편적 시청권에 해당되는 스포츠 이벤트다. 따라서 유료 가입자만 볼 수 있는 OTT로 충족될 수 없는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려면 국내 TV 방송사와 함께 중계방송을 해야 한다. 방송법에 따르면, 월드컵 아시아예선은 국민 75% 이상이 물리적, 경제적 제약 없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 준수를 위한 TV 중계권 재판매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자칫 방송법 위반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쿠팡 플레이는 지난해 4월 AFC 패키지 구매를 확정했지만, 이후 1년 4개월 동안 TV 중계권 판매 협상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9월 5일 팔레스타인전을 불과 20여 일 앞둔 8월 말에서야 입찰 공고를 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쿠팡이 보편적 시청권 준수를 위한 진정성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쿠팡 플레이가 TV 방송 사업자와 끝내 재판매 협상에 실패하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축구대표팀 아시아 예선을 무료 TV 중계로 볼 수 없게 된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내는 쿠팡 플레이의 회원이 되어야만 경기를 볼 수 있다. 법이 보장한 보편적 시청권이 사상 처음 실현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 플레이 측은 "쿠팡 플레이는 AFC 경기의 국내 중계권자로서, 해당 경기를 누구든지 시청할 수 있도록 실시간 및 다시 보기로 제공할 예정이다."라며 "보편적 시청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쿠팡이 주장한 '누구든지 시청할 수 있도록'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려면 보편적 시청권 범위를 확보한 TV 방송국과 협상이 성사되어야만 한다.
홍명보 신임 대표팀 감독의 데뷔전이 될 팔레스타인전은 이제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쿠팡 플레이가 좀 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방송법의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시대는 변했고 이제 스포츠 콘텐트를 TV뿐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기반인 OTT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시청자의 선택권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올 초 메이저리그 서울 개막전과 토트넘-바이에른 뮌헨 방한 경기 등은 OTT 스포츠가 새롭게 열어젖힌 콘텐츠로 기억된다. 하지만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민 통합 기능을 발휘하는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는 모든 사람이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복지'의 성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다수 스포츠 선진국의 사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호주의 경우 '모든 호주인이 주요한 스포츠 이벤트를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시청할 수 있게끔 보장해야 한다는 '대중 접근권(Public Access)'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역사적,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무료 방송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확보한다고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공영 방송 시스템을 갖춘 영국 역시 'Free-To Air(무료 방송)'를 보편적 시청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A와 B, 두 등급으로 나눈 뒤 A그룹의 경우 FTA를 충족하는 방송사가 생방송 커버리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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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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