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상주·문경 갈라놓은 추모공원…갈등 3년 만에 백지화

김현수 기자 2024. 8. 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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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점촌5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2022년 납골당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펼침막들이 내걸려 있다. 김현수 기자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 간에 갈등을 불러온 상주공설추모공원 부지 선정안이 결국 백지화됐다. 상주시가 문경 도심 인근에 추모공원 부지를 선정한 지 약 3년 만이다.

상주시는 지난 23일 ‘상주시 종합장사시설 건립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상주공설추모공원의 새로운 부지 선정을 위한 재공모가 심의·의결됐다고 27일 밝혔다. 부지 재공모는 다음 달로 예정됐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상주와 인근 지자체 주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동형 공설추모공원을 조성하려 했으나 지역 간 갈등을 풀지 못했다”며 “부지 재공모 결정은 추모공원 조성이 지연·표류하는 것을 막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상주시는 2020년 추모공원 추진 계획을 수립한 뒤 이듬해 부지 공개 모집을 시행했다. 이후 2022년 2월 함창읍 나한리 9만여㎡ 부지에 257억원을 들여 봉안당 1만기와 수목장 1만2000기 규모의 추모공원 조성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문제는 상주 외곽지인 나한리 일대가 문경 최대 인구 밀집지인 점촌동과 접해있다는 점이다. 점촌동에는 문경시 인구의 약 60%가 살고 문경시청·도서관 등 관공서가 모여 있는 곳이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 나한리 공설추모공원 조성 예정지. 산 너머로 주거밀집지역인 문경시 점촌동 일대가 보인다. 상주시 제공

이에 문경 주민들은 ‘상주 공설추모공원 건립반대 문경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추모공원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문경시 역시 문경 시내와 추모공원은 불과 1㎞ 정도 떨어져 있지만 상주 시내와는 20㎞ 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상주시는 지역 사망자 중 약 80%가 화장을 하고 있지만 지역 내 추모공원이 없어 주민 불편이 크다고 맞섰다.

지역 간 갈등이 불거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3월 지방재정중앙투자심사에서 상주시의 추모공원 조상 사업을 재검토 대상으로 결정했다. 문경시와 협의가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2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은 행안부 중투심을 받아야 한다.

문경시 관계자는 “상주시가 문경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준 것을 환영한다”며 “두 지자체가 생활권을 같이하는 곳인 만큼 더는 갈등이 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주시 측도 “신중한 계획과 투명한 절차에 따라 부지 재공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경·상주시는 그간 지자체 상생 모델로 평가받는 등 ‘절친’ 사이를 유지해 왔다. 동일 생활권으로 20여년 전부터 산불 진화용 헬기를 공동으로 임차해 산불에 대응해오고 있다. 1998년에는 하수처리장을 함께 건설하는 ‘행정 협정’을 국내 처음으로 맺었다. 국회의원 지역구도 함께 묶여 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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