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접대 더 있었다" NH투자증권의 만성적 모럴해저드

강서구 기자 2024. 8.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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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Seek한 종목 분석
NH투자증권 골프 접대 논란
금감원 7월 기관주의 제재
8개 법인에 744만원 골프 접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계속 반복되는 골프 접대 논란
실적 늘고 주가도 오르지만
모럴해저드에 빠진 NH투증

증권업계 '골프 명가' NH투자증권이 골프 탓에 구설에 올랐다. 법인 퇴직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골프 접대를 벌인 게 적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NH투자증권이 골프 접대로 논란에 휘말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란 거다. NH투자증권의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골프 접대 논란을 일으킨 NH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사진=뉴시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골프단'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NH투자증권이다. 2016년 창단한 NH투자증권 골프단은 올 상반기까지 통산 40승을 올렸다. NH투자증권에 금융계 '골프 명가'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만 이 영예로운 수식어가 최근 다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골프 접대' 논란에 번번이 휘말리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23일 NH투자증권에 기관주의와 임원·직원 각각 1명에게 주의 상당의 제재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제재의 발단은 골프였다. 2022년 11월 NH투자증권 임직원이 8개 법인의 퇴직연금 담당자에게 프로골퍼와의 동반 라운드, 식사·사은품 등 특별이익을 제공한 게 문제가 됐다. 이른바 '골프 접대'였는데, 현행법상 불법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제33조 제4항 제2호)을 보자. "퇴직연금사업자는 계약 체결을 유도하거나 계약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과도한 금품을 제공해선 안 된다. 법이 정한 특별이익의 상한선은 3만원 이하다."

NH투자증권은 '골프 접대' 과정에서 법인 퇴직연금 담당자 1명당 93만1240원(총 744만9920원)을 제공했다. 법이 규정한 기준보다 30배나 많은 금품을 불법으로 제공한 셈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년 전 사건으로 제재를 받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사내 규정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 방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NH투자증권이 골프 접대로 구설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거다. 2018년에도 '골프 접대' 탓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NH투자증권은 당시 '자율처리 필요사항 통보'란 일종의 제재를 받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퇴직연금 가입자 83명에게 42회에 걸쳐 1200만원의 상당의 골프 접대를 했다."

올 2월엔 대규모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를 일으킨 시중은행 담당 직원에게 골프 접대(2021년 6월~2023년 1월)를 한 증권사 중 한곳으로 알려져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 골프 접대가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지난해 7월 NH투자증권 노조는 회사 임원이 국회의원 보좌관과 기자를 접대하기 위해 골프회원권을 사용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NH투자증권이 시도 때도 없이 '골프 접대'를 꾀했다는 건데, 그 밑단엔 더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다. NH투자증권의 '골프 접대건'은 2014년 이후 반복적으로 계속돼 왔다.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알려진 게 이 정도라면 '숨은 접대건'은 훨씬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내부통제 시스템은 단 한번도 발동하지 않았다. 2014년 이후 NH투자증권의 수장이 두번이나 바뀌었지만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적도 없다. 이쯤 되면 만성적 모럴해저드다.

올해 3월 NH투자증권의 수장으로 취임한 윤병운 대표의 스탠스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NH투자증권은 법인 퇴직연금 담당자 골프 접대 논란이 언론에 보도된 7월 말 느닷없이 '가족캠프' 행사 보도자료를 뿌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지만, 숱한 미디어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썼고, '골프 접대' 기사는 그렇게 포털 뒷단으로 밀려났다. 골프 접대 건에 쏠린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를테면 '기사 밀어내기'를 했던 거다.

NH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5457억300만원, 당기순이익은 4226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5.6%, 당기순이익은 15.2% 증가했다. 주가도 나쁘지 않다. 연초 1만16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1일 1만3890원으로 36.7% 상승했다.

하지만 기업의 평판은 실적과 주가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도덕적 가치도 기업의 평판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다. NH투자증권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골프 접대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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